전국 농업인 6명이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 12일 한국전력공사와 5개 발전 자회사를 상대로 첫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농업인이 청구한 금액은 1인당 500만 2035원이다. 500만 원은 재산상 손해의 일부이고, 2035원은 오는 2035년까지 석탄 퇴출을 요구하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환경단체 '기후솔루션' 주최 기자회견장에 각종 과일과 곡물이 진열돼 있다. 기후솔루션
이들 중 경남 산청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이종혁 씨는 지난 7월 19일 극한호우로 딸기 모종과 집기 등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인근 함양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마용운 씨도 사과 꽃이 맺히는 지난 4월의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등 냉해 피해를 겪었다.
이번 소송은 국내 온실가스 누적 배출 1위인 한전과 발전 자회사를 상대로 농업 분야 기후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첫 민사소송이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011~2022년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은 국내 전체의 연평균 23~29%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기후솔루션은 이는 세계 누적 배출량의 약 0.4%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들 농민은 “온실가스가 초래한 기후변화로 재산 피해가 해마다 늘고 있고, 대대로 이어온 농업이 기후변화로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함양의 마 씨는 최근 들어 해마다 사과 농사에 치명적인 냉해를 입었다. 그는 지난 2018년부터 크고 작은 냉해로 사과의 꽃이 얼어서 열매가 맺히지 않아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23년 유례 없는 냉해와 폭우로 사과 생산율이 30% 줄어들었던 사례를 들며 “당시 간발의 차로 우리 농가를 빗나갔지만 바로 아래 평지의 사과 농가는 냉해로 큰 피해를 입었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농가의 피해를 외면하고 수입산 과일을 들여 농민을 두 번 죽였다”고 성토했다.
산청의 이 씨는 "아버지가 일구던 딸기농사를 2017년부터 이어받았는데, 과거와 달리 겨울 난방을 더 높여야 하고 하우스도 이중 삼중으로 정비해야 하는 등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육묘기인 8~9월 한 달 이상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이어져 재배 환경이 악화됐다"며 "추석까지 날씨가 더워 출하가 평년보다 한 달 늦어지기도 했다"고 고발했다.
소송을 이끈 '기후솔루션'은 12일 이들 농업인과 함께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소송은 단순한 손해배상 청구를 넘어 기후위기의 책임을 주요 배출원에 근본적으로 묻고 기후 취약계층인 농업인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