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는 동안 시간 개념에서 지낼 수 없습니다. 모든 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루 24시간을 쪼개서 삽니다. 아등바등하기도 하지요. 이래서 시간만큼 긴장감을 주는 것도 없습니다. 어찌보면 '스트레스 제1번지'가 아닌가 싶네요.
그런데 같은 시간대인데도 표현이 다른 곳이 있습니다. 가장 헷갈리는 시간대가 정오(正午·낮 12시)와 자정((子正·밤 12시//0시)입니다.
정오는 '태양이 표준 자오선을 지나는 순간'이고 자정은 자시(子時)의 한가운데, 즉 밤 12시를 이릅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시간 개념을 대조해 보겠습니다.
먼저 밤 시간대를 보면 24시를 0시나 자정, 밤 12시라고 합니다. 같은 뜻으로 '24시=밤 12시=0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됩니다.
그런데 자정과 한밤은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정(子正)은 자시(子時)의 한가운데입니다. 밤 12시이지요. 어렵지만 비슷한 말로는 오야, 자야라고 합니다.
자정의 뜻은 다시 말해 '전날의 늦은 오후와 다음 날의 이른 오전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때'입니다. 즉 여기서의 자정은 토요일의 끝 시각이자 일요일의 시작 시각이란 말이지요.
자정은 12지시(자시-축시-인시-묘시-진시-사시-오시-미시-신시-유시-술시-해시)로 대별하면 자시(밤 11시~1시)입니다.
다음은 국립국어원의 의견입니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그동안 쌓인 이야기를 하느라 고단한 것도 잊고 자정을 넘겼다/그는 사업으로 바빠 자정이 넘어서 귀가하는 날이 많다”에서 나오는 ‘자정’의 용례들을 보면, ‘자정’을 시작 시각이라기보다 끝 시각으로 인식하고 쓰는 것으로 보여, 이 같은 쓰임을 참고하면 ‘토요일의 끝 시각으로서의 자정’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국립국어원은 자정을 전날의 끝 시간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루 24시간 중 마지막인 24시로 본다는 뜻입니다. 즉, 0시로 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한밤에 찍은 사진'에서 처럼 뭉뚱그려 한밤을 깊은 밤을 지칭해 씁니다.
한밤(문화어 재밤), 한밤중, 자정은 밤 12시 무렵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보통 하루가 끝나고 다음 하루가 시작되는 때, 날짜가 바뀌는 때를 말합니다.
한밤 또는 자정은 서양에서 미드나잇(midnight)으로 쓰고 전날에서 다음 날로 바뀌는 시간입니다. 본래 천문학적으로는 해넘이와 해돋이(새벽)의 중간 시간대이지요.
이와 반대말로는 한낮 또는 정오라고 합니다. 영어론 미드데이(midday)입니다.
그런데 24시를 오전 0시라고 하면 맞을까요? 틀렸습니다. 0시에서 오전이 붙으려면 0.00001초라도 지나야 붙일 수 있습니다. '오전 0시 1초'는 맞는 표현이지요.
물론 이 경우에도 읽은 이가 아침의 인식이 강한 '오전'보다 '밤'을 바꿔넣어 밤 0시 1초라고도 씁니다.
일설에는 다음의 경우처럼 보기도 합니다.
밤과 낮의 12시를 오전 12시, 오후 12시로 여기는 것이지요. 이 주장은 정오는 밤 12시부터 낮 12시까지의 시간, 자정은 낮 12시부터 밤 12시 까지를 의미하기 때문에 12시는 오전과 오후의 개념을 모두 포함합니다.
낮 12시란 정오와 밤 12시란 자정의 개념을 달리 보기 때문인데, 선뜻 와닿는 해석은 아닌듯 합니다. 오전과 정오가 다르고, 오후와 자정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12시'와 '00시'의 시간념을 다시 한번 더 살펴봅니다.
둘 간의 시간 차이는 없지만 개념상으론 12시는 10일 12시(10일 끝 시간)이고, 00시는 11일 00시(11일 첫 시간)이지요.
11시 59분 59초에서 12시 00분으로 넘어가는 찰나 찍은 전자시계 시간. 찰나의 순간 10월 11일로 넘어가 있다. 사람의 눈은 인지 못하지만 00시를 0.0001초라도 넘겼기 때문이다. 정기홍 기자
그런데 밤 12시 직전에 전자시계를 자세히 보십시오. '12시 땡!'하는 순간 우리의 눈에는 날짜가 10일에서 11일로 바뀝니다. 0.0001초라도 0시를 넘겼기 때문이죠. 우리 눈에는 12시를 넘겨 00시로 넘어간 찰나를 전혀 인지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오늘이 10월 10일인데, 11시 59분 59초에서 12시 00분 00초를 넘겨 12시 00분 01초로 넘어가는 순간 날짜는 11일로 바뀝니다.
밤 12시, 즉 24시를 1초라도 넘기면 다시 하루가 시작된 것이기에 '오전 0시 1초'처럼 오전을 넣습니다. 기자는 글을 쓸 때 '오전 0시 1초'보다 '밤 0시 1초'로 쓰는 편입니다. 상당수 사람들이 밤 0시대를 아침이란 인식보단 한밤중으로 생각한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다음은 낮시간대인데 정오가 있습니다
여기서도 아리송한데 '낮 12시 1분'은 '오후 12시 1분'입니다. 두 개를 다 써도 틀리지 않지요.
기자의 경우 기사체에서 '12시 1분'을 '오후 12시 1분'을 쓰지 않고 '낮 12시 1분'으로 씁니다. 오후 12시 1분이면 한낮이고 많은 독자께서 낮 12시 시간대는 한낮으로 생각해 '오후 12시 1분'을 어색해 한다는 판단에서 입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시간 대별이 의외로 까다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