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 진성면 구천마을에도 지난 19일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마을 개천도 이날 철철 넘쳤습니다. 마을 앞 들판도 조금 잠겼고요. 동네 분들의 기억으론 수십 년 만이라고 합니다.
마을 개천의 폭은 5~6m 정도인데 작다는 뜻에서 도랑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 위를 복개(覆蓋·덮거나 씌움)해 마을 도로로 활용합니다.
25일 구천 들판을 찾아 집중호우가 내리던 날 하천 모습과 비교했습니다.
4대강 사업과 4대강 지류사업(소하천 사업)을 염두해 두고 살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구천마을 개천 물은 중촌천 등을 거쳐 남강으로 흐릅니다. 남강은 낙동강과 이어지지요.
우선 19일 마을 복개천 물이 넘쳐 도로 하수구를 통해 역류하는 모습을 소개합니다.
집중호우로 복개한 도로 위로 물이 역류되고 있는 모습. 이 동네의 뒷산 '천왕기'라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과 '탑골'이란 골짜기 물이 합류되는 작은 지점이다. 이 순간에도 복개천 밑으론 엄청난 물이 흘러 남강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25일 구천마을 들판 쪽에서 마을을 보며 찍었다. 수십 년 전 하천 개량사업을 하면서 바닥을 깊이 준설하고 옹벽을 단단하게 만들어 19일 역대급 폭우에도 제방은 그떡없었다. 마을 안쪽의 오른편이 '천왕기', 왼쪽이 '탑골'이며, 양쪽에서 내려온 빗물이 마을을 지나 이 개천으로 내려온다. 마을 어귀엔 옛 경전선 진성역이 있었다. 지금은 폐선을 걷어내고 진주 시내에서 반성까지 자전거 전용도로가 나 있다.
지금부터 19일 집중호우 날과 비가 그친 25일 오후 찍은 사진을 지점별로 비교합니다.
1. 저동저수지 앞 하천 비교
이 지점은 저동저수지를 만들기 전엔 도동마을(지금 저동풀벌레마을)에서 시작된 하천이 합류하는 지점이었습니다. 지금은 저동저수지에 물이 담기면서 하천이 없어지고 저수지 물넘이로 방류 물을 조절합니다.
19일 집중 호우 때 누런 흙탕물이 무섭게 흘러내리는 모습. 오른 쪽은 가옥(부산에서 구청장을 한 마을 주민이 사는 집)이다.
19일 도도한 빗물이 흘러간 뒤 25일 일상으로 돌아온 하천 모습. 하천 바닥에 우거진 수초(갈대)는 19일 거센 물결에서 씻겨내려가지 않았다.
참고로 19일 집중호우 때 월류 위험 수위까지 갔던 교량(먼 쪽)과 그 인근의 하천 모습. 앞쪽은 구천마을에서 내려오는 개천, 오른쪽은 월령저수지에서 내려오는 하천이다. 앞에 보이는 것은 농수로였는데 가옥에 들어선 지금은 용도를 알 수 없다.
하천 옆 가옥을 받치는 옹벽과 하천 바닥 모습. 하천을 준설해 물길 깊이를 낮췄고, 옹벽과 연결된 하천 바닥도 콘크리트로 단단히 만들었다.
2. 교량 바로 아래 모습 비교
19일 집중 호우 당시 도도히 흘러가는 흙탕물. 오른쪽은 저동저수지다.
25일 하천 물이 빠진 상태의 하천. 바닥엔 19일 쏟아진 거센 물로 하천 위쪽에서 쓸려 내려온 자갈 등이 바닥에 가득 쌓여 있다.
집중 호우로 밀려내려와 하천 바닥에 쌓여 있는 돌멩이와 자갈, 모래 모습. 위 사진을 확대했다.
하천과 접한 돼지 축사 옹벽. 아직도 흙탕물이 많이 고여 있다.
3. 돼지 축사 앞 하천 비교
19일 하천물이 들판과 돼지축사를 연결하는 다리를 넘쳐 흘러가고 있다. 축사 정문 입구도 잠겼다.
하천물이 월류해 벼논으로 흘러들어 침수되고 있다.
돼지 축사 앞 하천이 월류해 벼논이 침수되고 있다.
25일 돼지 축사 앞 하천. 갈대 등 수초가 거센 물에 휩쓸려 드러누워 있다. 들판 농로(신작로)에서 축사로 들어가는 다리가 보인다.
돼지 축사 다리에서 하천 아래쪽을 보고 찍은 모습. 다리를 월류한 홍수가 하천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면서 커다란 웅덩이가 만들어져 물이 고여 있다. 아래 다리는 산 위로 이어진다.
4. 하천 한 가운데 나무가 물길 막던 곳
19일 집중호우로 하천 가득 빗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하천 가운데 있는 나무가 물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19일 하천 가운데 나무가 있던 곳 근처 25일 머습. 성났던 하천은 평소 정겹게 흐르는 하천으로 돌아왔다.
세찬 홍수물에 바닥에 드러누운 수초 옆으로 물이 흐르고 있다.
19일 집중호우로 이날 밤늦게 유실됐던 진성면 중촌천의 제방 복구 작업이 20일 시작됐다.
진주시는 지난 밤 중촌천 제방이 유실되자 인근 동산·대흥·천곡·방촌·무촌 마을 주민들을 대흥마을회관으로 대피하라고 문자로 안내했다.
중촌천은 구천마을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류해 남강으로 빠진다.
구천마을 개천에서 개천으로 빠지는 하천 위치도. 물은 구천마을~진성초~진성삼거리~경남과학고~남강으로 흐른다. 네이버 지도
기자가 이번 폭우로 역대급 물난리를 겪은 진성면, 사봉면, 지수면, 이반성면, 대곡면 등을 두루 취재하면서 와닿은 것은 치수(治水)를 어떻게 해야 할 건가였습니다.
말하자면 이미 그려진 큰 그림에 세부적인 조각들을 어떻게 붙여넣는가입니다. 세부의 영역은 분야별 사업과 함께 빈틈없는 운영을 말합니다.
구천마을 개천과 마을 앞 하천은 19일, 말 그대로 억수같이 내린 비에도 끄떡없이 견뎌냈습니다. 피해도 많지 않았습니다.
반면 19일 밤 늦게 이 하천과 합류해 남강으로 빠지는 중촌천의 둑이 터졌는데, 기자가 현장에 가보니 차량 운행 등을 위해 제방을 낮추는 등 '손을 댄' 흔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월류로 인해 둑이 터진 것이지요. 또 남강으로 이어지는 반성천은 4대강 지류 사업 공사가 덜 끝나 들판 침수에 영향을 준 듯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는 폭염과 폭우, 폭설 등으로 눈앞에서 무섭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새 정부 들어 다시 '4대강 재자연화'를 두고 논란이 다시 재연되고 있습니다.
이번 폭우 때 구천마을 근처 하천을 보면서 바닥을 낮추고 둑을 단단하게 쌓지 않았으면 큰 피해를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천 공사를 한 지도 오래돼 버들강아지, 찔레 등 하천과 함께 지내던 녀석들도 많이 돌아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기자는 이번 물난리 취재 중 '개발'과 '자연 그대로'는 대척점이 아니라 충분히 공존 가능하다는 현장들을 많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