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 사봉면 북마성 주민들은 23일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9일 폭우 때 한국농어촌공사의 판단 잘못으로 배수장 전원을 미리 꺼버려 들과 마을이 침수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특히 "배수장 안에 있는 작은 펌프가 이전부터 가동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작은 펌프는 대형 배수기의 침수를 막기 위해 배수기 설치 공간에 물이 차면 빼내는 역할을 한다. 만약 오래 전부터 고장이 나 있어 폭우 때 가동이 되지 않았다면 큰 파장이 예상된다.

북마성마을 이장을 비롯한 주민들은 이날 배수장의 내부 구조를 찍은 사진과 함께 이전에 이 배수장을 관리했던 주민의 설명도 곁들이며 "이번 대규모 침수는 농어촌공사의 업무 태만으로 인한 인재임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최민국·정용학 진주시의원도 참석했다.

진주시 사봉면 북마성마을 이장이 23일 진주시청 기자회견장에서 지난 19일 폭우 때 농어촌공사의 판단 미숙으로 북마성 들판이 대규모 침수 피해를 입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정창현 기자

진주시 사봉면 북마성배수장 전경

주민들은 "농어촌공사 진주·산청지사의 판단 잘못과 장비 관리 잘못으로 더 큰 피해를 입었다"며 19일 오후 침수 직전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장 A 씨는 "당시 배수장 지하 1층 내부엔 물이 1시간에 10cm 정도로 천천히 차올랐다"며 "기계실 물을 배수하는 작은 배수기를 가동했으면 대형 배수 장비가 침수되지 않고 정상 가동이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지하 1층에 있는 배수장은 바닥면을 기준으로 약 86cm까지 물이 차올라 대형 모터와 배수 장비 밑부분이 침수됐다.

그는 특히 "배수장에 있는 작은 펌프가 이전부터 가동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만약 배수장 물을 빼내는 작은 펌프가 고장으로 폭우 속에서 가동이 되지 않았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실제 기자가 현장에 들러 확인한 결과, 작은 배수 펌프의 아래쪽 구멍에 녹이 많이 슬어 있어 오랜 기간 볼트 자체가 끼어 있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는 주민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배수 기능을 하는 작은 펌프는 녹슨 펌프 한 개밖에 없어, 처음부터 배수장 안에 고이는 물을 퍼낼 수 없었다는 말이 된다.

주민들에 따르면 추운 겨울철에 펌프 안에 물이 고여 있는 상태로 방치하면 얼어 고장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나사를 풀어 내부의 물을 제거한다.

이 펌프는 모터와 연결돼 전원 스위치를 넣으면 펌프 내부에 있는 프로펠러가 돌아가며 물을 출구로 밀어낸다. 당연히 전원이 연결되지 않으면 작동이 되지 않는다.

진주시 사봉면 북마성배수장 내부 모습. 1층 난간에서 기계실 지하 1층을 내려다보며 찍었다.

북마성배수장에서 배수장 관리 일을 오래 했다는 마을 주민도 "폭우 때 관리를 한 경험이 있는데, 예전에도 물이 차오른 적이 있어 작은 펌프를 돌려 물을 빼냈다"며 "이 배수장의 여건과 호우 때의 대처에 관해 산증인처럼 잘 알고 있다"고 밝혀 농어촌공사의 잘못에 힘을 실었다.

이와 관련해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더경남뉴스에 "당시 폭우로 봐선 배수장 전원 스위치를 차단했던 오후 3시보다 더 앞서 차단했어야 했는데 더 가동을 하다가 늦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근무 직원이 물이 갑자기 차오를지 어떻게 알 수 있나. 가동 중에 물이 갑자기 차올랐다면 엄청난 인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배수장은 22.9kv 고전압 시설이며 모터 전압도 3.3kv다"며 "누전 차단기가 있지만 배수기 전원 차단이 안 된 상태에서 침수 중에 전기가 공급되면 물 속으로 전기가 흐를 수 있어 감전 가능성도 있고, 마을 전체 정전 우려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근무자의 관리 업무 숙지도와 관련해 "근무자는 공사 직원이 아니고 관리 계약을 한 사람이지만 배수장에 CCTV가 있어 지사 직원이 확인해 상황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농어촌공사의 사전 관리 부실을 집중 성토했다.

주민들은 "우기를 앞두고 사전에 침수가 안 되게 철저한 관리해야 했는 데도 미흡한 점이 많다"며 "큰 배수기 침수를 막기 위한 작은 배수기 작동도 안 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주민들은 작은 배수기 볼트가 풀어져 있는 사진을 증거로 공개했다.

작은 배수 펌프의 아래쪽 볼트가 풀어져 없어졌다. 펌프에 물이 고인 상태에서 추운 겨울에 방치하면 고장의 원인이 되기에 겨울엔 풀어서 내부의 물을 제거한다. 하지만 녹이 가득 슬어 있어 이 펌프를 가동한 지는 꽤 오래돼 보였다. 이상 정창현 기자

주민 허석구 씨(전 진양농협 조합장)는 "미숙한 판단을 한 농어촌공사는 주민들이 입은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며 "농어촌공사의 잘못을 끝까지 파헤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이날 침수로 농경지 8ha, 시설하우스 1동, 밭 3천 평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전 진양농협 조합장인 허석구 씨가 기자들의 질문에 설명을 하고 있다. 정창현 기자

■ 다음은 주민들이 발표한 성명서 내용이다.

북마성배수펌프장 가동을 포기한 농어촌공사 규탄한다

7월 19일 북마성마을에 유래없는 폭우가 내렸지만 배수펌프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북마성배수펌프장을 가동해야 할 직원은 오후 3시30분경 현장 방문시 펌프장에 없었고 펌프가 가동되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이후 오후 4시 30분경부터 마을 진입로가 물에 잠겨 출입이 불가능하였고 논과 시설하우스 등 많은 농지가 침수되었다.

이는 펌프장이 정상 가동되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하며, 농어촌공사의 업무 태만 및 대응 미흡으로 인한 인재임이 분명하다.

이에 북마성 주민 일동은 농어촌공사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농어촌공사는 배수장 직원이 근무치 않는 이유를 명백히 공개하라.

2. 농어촌공사는 현장 확인 없이 근무자의 의견만으로 가동 중지된 사유를 명백히 밝혀라.

3. 농어촌공사의 업무태만으로 인한 인재임이 확실하다라고 판단되기에 피해를 전액 보상하라.

4. 농어촌공사는 이후 동일 유사사항이 없도록 근본대책을 수립하라.

북마성마을 주민 일동

■ 다음은 한국농어촌공사 진주·산청지사 직원과의 통화 내용

▶주민 통화(폭우가 소강상태로 들어선 19일 오후 4시쯤)

→ 폭우 속 사봉면 북마성배수장의 배수 펌프 가동을 중단하고 전원을 차단했나?

- 침수로 인한 누전 우려로 오후 3시쯤 전원을 차단하고 철수 지시를 내렸다.

→ 아직 배수 펌프 침수가 안됐다(4시~4시 30분 사이). 농경지와 마을 침수에 어찌 대처할 건가? 다시 가동해 달라.

- 인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직원을 보낼 수 없다.

→ 배수장이 침수되면 장비 고장 나는 것 아니냐? 펌프를 추가로 가져와서 배수장 침수 막고 배수장 펌프 작동하자.

- 전원을 차단한 상태에서 침수된 모터는 바로 고친다. 지금 보낼 직원이 없다.


▶기자와 농어촌공사 진주·산청지사 김철곤 관리부장, 백진우 과장의 통화(북마성 주민들 주장 기반한 질문)

→ 주민들은 19일 오후 4시 30분까지 배수장 설비 침수가 안 됐다며 배수장 가동을 더 할 수 있었다고 한다.

- 오후 3시가 침수 수위 가동 한계점이었다.

→ 배수장은 건물 외부가 침수돼도 건물 구조상 충분히 가동이 가능했다는데.

- 여러 안전 요인을 감안해 사전 안전 조치로 가동을 중단하고 전원을 차단했다.

→ 배수장 내부로의 물 유입은 각 배수 펌프 쪽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들어온 것을 확인했다. 약 1시간(3시 30분~4시 40분) 동안 10cm 정도 물이 차올랐다고 한다. 이동형 작은 수중 펌프나 엔진형 양수기만 있으면 충분히 가동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였는데(기자도 현장에서 확인).

- 근무 직원이 물이 갑자기 차오를 지 어떻게 알 수 있나. 누전과 정전 등 다른 인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

→ 당일 상주 직원은 농어촌공사 직원이 아닌 인근 마을 주민으로 평소 관리하는 사람이라 기계적인 부분에 대해선 잘 모르는 사람이다. 농어촌공사는 그 사람 말만 듣고 판단해 농경지 침수와 배수장까지 침수된 거 아니냐?

- 평소 계약직인 마을 주민이 관리한다. 하지만 진주·산청지사에서 배수장에 있는 CCTV로 확인해 결정했다.

→ 19일 이후 농어촌공사 직원이 배수장 방문한 적이 있나?

- 20일 직원이 방문해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