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자주 쓰지만 헷갈리는 낱말과 문구를 찾아 독자와 함께 풀어보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지도편달과 함께 좋은 사례 제보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국민의힘이 30일 인사 청문 과정에서 잇따라 터져 나온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불·편법 돈 거래 의혹 등과 관련, 국회에서 연 '국민청문회'에는 배추 농사를 짓는 한 농업인이 '계약 재배' 말을 했습니다. 계약 재배란 이른바중간상 등에게 넘기는 것입니다.

이 농업인은 '김 후보자가 2억 원을 투자해 약 3년에 걸쳐 매달 450만 원을 받고 투자금도 돌려받았다고 하는데 가능한 일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김 후보자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배추 농사에서) 돈이 들어오는 날은 수확하는 날 그날 (하루) 아니면 이튿날"이라며 "배추는 평당 (예상 수익금)이 보장 안 돼 계약 재배가 아닌 배추 투자로 다달이 돈을 받았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서의 '계약 재배'란 채소와 과일 등을 수확 전에 한꺼번에 농협, 중간 상인에게 넘기는 것을 말합니다. 이 가운데 특히 중산 상인에게 넘기는 것을 '밭떼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밭뙈기'란 말도 더러 해 '밭떼기'인지 '밭뙈기'인지 혼돈스럽지요.

'밭떼기'와 '밭뙈기'는 둘 다 표준말입니다. 다만 쓰이는 곳이 다릅니다.

밭떼기는 '밭에서 나는 작물을 밭에 나 있는 채로 몽땅 매매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른바 사전 계약 재배입니다.

밭떼기는 '밭'과 '떼기'가 함께한 단어입니다.

떼기란 '장사를 하려고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사다'는 떼다에서 왔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떼다에서 명사 구실을 하는 '기'를 붙여 활용했다고 보는 것이지요.

떼기란 단독으로 쓰이지 않고 밭이나 차 등에 붙어 '몽땅'이란 의미를 갖습니다. 밭떼기 말고 차떼기(화물차 한 대분을 한꺼번에 사들이는 것)도 있습니다..

계약 재배는 파종 때부터 하기도 하고, 중간에 하기도 하고, 수확을 앞둔 시점에서도 합니다. 배추와 무 등 채소가 주종입니다. 계약 후 수확 때까지 기상 변화에 따라 손해와 이익이 나기도 합니다. 이럴 땐 '복불복'인 것이지요.

요즘엔 기후 변화로 채소와 과일 값이 널뛰어 금배추, 금사과란 말이 귀에 익어 있습니다.

밭뙈기는 '얼마 안 되는 자그마한 밭'을 의미합니다.

"손바닥만 한 밭뙈기에 뭔 대단한 소출이 나오겠나"가 용례입니다.

달리 '밭의 구획이나 거래 단위'를 뜻하기도 합니다.

밭뙈기는 명사 '밭'에 접미사 '~뙈기'가 붙은 단어입니다. '~뙈기'는 명사 뒤에 붙어 작거나 보잘것없는 대상을 지칭하는 의미입니다. '밭뙈기', '논뙈기', '땅뙈기' 등으로 쓰입니다.

밭때기는 농업이 주였던 30~40년 전만 해도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지금은 책에서도 특별히 찾아야 볼 수 있는 단어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