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맞아 '투표 궁금증'을 안내합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제21대 대통령을 뽑는 본투표를 앞두고 사전투표가 이틀째(29~30일)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경기 용인시의 한 투표소에서 관외 유권자가, 투표 전에 받은 회송용 봉투 안에서 특정 후보에 기표된 '투표지'가 들어 있었다며 경찰에 신고해 확인 중입니다.
다음은 두 언론 매체의 기사 내용입니다.
'만약 유권자가 기표소 안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하는 행위가 적발될 경우 투표관리관 또는 사전투표관리관은 해당 촬영물을 회수하고 그 사유를 투표록에 기록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사진을 삭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법 위반 사실이 공식적으로 기록됨을 의미한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0분경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 참관인으로부터 회송용 봉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가 나왔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이는 관외 지역에 사는 20대 여성이 투표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회송용 봉투는 주민등록지 이외 지역에서 사전투표하는 유권자에게 배포된다'
30일 오전 7시10분 용인시 수지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 봉투 안에 이미 특정 후보가 찍혀 있는 투표지가 담겨 있다”는 신고가 112에 신고돼 경찰이 확인 작업 중이다. 스레드
위 기사에서의 '투표용지'는 제대로 쓴 용어일까요?
공직선거법에는 '투표지'로 적시돼 있습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66조의2(투표지 등의 촬영행위 금지) '누구든지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해서는 안 된다(①)', '투표관리관 또는 부재자투표관리관은 선거인이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한 경우 해당 선거인으로부터 그 촬영물을 회수하고 투표록에 그 사유를 기록한다(②)'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투표지'를 촬영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표용지'가 아닌 '투표지'로 써야 정확합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7년 12월 27일 '투표용지'와 '투표지'를 구별한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당시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부(최호식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모(19)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김 씨는 그 해 5월 9일 치러진 제19대 대선 때 경기 이천시의 한 투표소 내 기표소에서 기표하기에 앞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투표용지를 촬영했습니다.
공직선거법과 여주지원의 판결을 감안하면 '투표용지'와 '투표지'는 구별해 쓰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관련 법 조문을 만들 때 '투표지' 용어에 '투표용지'를 암묵적으로 포함시켰는지는 모르되, 논란이 되자 법원이 관련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현장에서의 행위에서 기표의 유무가 명확히 다르기에 두루뭉슬한 '투표지' 적시 법조문만으론 현장을 따르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 두 용어를 구별해 위법 사실을 적시하든지, '투표지'에 '투표용지'가 포함됨을 적시하든지 해서 혼란을 줄어야 합니다.
지금 대부분의 언론 매체도 둘의 개념 차이를 두지 않고 혼용해 쓰는 실정입니다. '같은 용어'로 알고서 쓰는 것이지요.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와 '투표지'를 구별해 쓰고 있습니다.
'투표용지'는 투표를 하기 전 유권자에게 배부하는 투표 종이이고, '투표지'는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어 기표를 한 종이로 구분합니다.
제21대 대선 '투표용지' 예시. 오른쪽 빈 칸에 기표소에 비치된 도장으로 기표를 하면 이때부터 '투표지'가 된다. 중앙선관위
법률 용어 말고 사전적인 용어 풀이를 해봅니다
용지(用紙)는 '어떤 일에 쓰는 종이'입니다. 지(紙)는 '일반 종이'의 뜻입니다.
따라서 '투표용지'는 투표에 사용하는 일정한 양식의 종이에 선거인이 기표하지 않은 것으로 봄이 더 타당한 것 같습니다. 이를 받아들이면 '투표지'는 선거인이 투표용지에 기표를 한 것으로 봐야 하겠지요.
이렇게 꼼꼼히 뜻을 새겨보니 '(투표)용지'와 '투표(지)'는 구별됩니다.
결로적으로 선관위가 두 용어를 구분해 쓰는 기준은 투표지의 기표 여부에 있습니다. 즉, 기표를 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 달리 쓰는 것이지요.
■참고 내용(SBS 기사 내용 재구성)
'투표용지'와 '투표지'를 구별한 첫 법원의 판결(2017년 12월 27일) 내용이다.
당시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부(최호식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모(19)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는 2017년 5월 9일 치러진 제19대 대통령선거 때 경기 이천시의 한 투표소의 기표소 안에서 기표하기 전에 휴대전화로 투표용지를 촬영했다.
선관위는 이를 적발, 검찰에 고소했고 검찰은 김 씨가 '누구든지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56조 제3항을 어긴 것으로 판단,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원은 공직선거법에 '투표지'가 아닌 '투표용지'를 촬영한 행위 처벌조항이 따로 없다며 두 용어의 차이를 공직선거법 조항들을 토대로 규정한 뒤 김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선 '투표용지·투표지·투표보조용구·전산조직 등 선거관리 및 단속사무와 관련한 시설·선거인명부 등을 은닉·손괴·훼손 또는 탈취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공직선거법 제244조 제1항의법 조항을 들어 투표지와 투표용지가 구분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선거인은 투표용지에 1명의 후보자를 선택해 기표한 다음 사전투표함에 넣어야 한다'(제158조 제4항), '사전투표함을 개함한 때에는 투표지를 꺼낸 다음'(공직선거관리규칙 제98조), '전송을 마친 선상 투표자는 선상 투표지를 봉함한 후 선장에게 제출해야 한다'(제158조의 3 제6항) 등의 조항들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는 투표지는 선거인이 투표용지에 기표 절차를 마친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 구분했다.
재판부는 "결국 피고인이 촬영한 것은 투표지가 아니라 투표용지"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투표지를 촬영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시 수원지법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공직선거법상 투표지와 투표용지의 개념을 구별해 투표용지를 촬영한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