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진주시 진성면 들녘의 아직 모가 심어지지 않은 논. 오른쪽 초록색 벼논은 6월 초에 모를 심은 논이고 왼쪽 써래질을 한 논은 가루쌀을 심을 논이다.

이번 농사 속담은 '소서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 심는다'입니다.

모내기는 작은 무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서 절기를 넘기지 말아야 하고, 집안에 갓 시집 온 예쁜 각시(신부)도 논에 나와 흙탕물에 발을 담그고 모심기를 마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먼저 모내기를 한 일모작 벼논 모습. 한여름 뙤약볕을 받고 파릇파릇하게 자라고 있다. 하지만 예전 천수답이 많던 시절 가물 땐 하지, 소서 절기에도 모내기를 못한 논이 적지 않았다.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모를 낸 작은 벼는 여름 뙤약볕 아래서 무럭무럭 자라야 가을 초입에 이삭을 튼실한 맺습니다. 이삭이 튼실해야 알곡이 잘 열리는 건 당연합니다.

지난 7일은 소서(小暑), 즉 작은 여름더위가 시작된다는 절기였습니다. 대서(22일) 때까지 보름 간입니다.

하지만 전날 경남 밀양에선 39.2도까지 올라 올해 최고를 찍는 등 전국이 33~39도를 오르내려 푹푹 찝니다. '작은 더위'가 아니라 '가마솥더위', '극한 폭염'입니다.

사람의 정상 체온을 36.5도인데 이를 넘기면 발한, 두통과 근육통, 피로감, 탈수 증상, 식욕 부진 증상이 나타나는 등 온열질환을 일으킵니다.

극한 폭염이 기승인 지금, '소서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 심는다'는 속담은 일단 맞지 않습니다.

모내기를 마친지 오래이고, 벼논 모는 지금 푸릇푸릇하게 생장 중입니다.

따라서 '소서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 심는다'는 속담의 의미인 '늦은 모내기'는 일단 지금으로선 뜬금없는 말입니다. 기후 변화와 농법 발달 등으로 모내는 시기도 조금씩 빨라집니다.

남부 지방의 경우 일모작 모내기는 5월 말~6월 초에 마쳤고, 보리 등 다른 작물을 심었던 논에 하는 이모작도 늦어도 6월 중순에 모내기를 끝마쳤습니다.

일모작 벼논은 소서 절기이면 논바닥에서 잡초가 자라기 때문에 초벌김매기를 합니다. 요즘과 같은 극한 폭염 속에 논일을 하다 온열질환으로 숨지는 것은 김매기, 즉 피라고 하는 잡초를 뽑는 작업 때문입니다.

다만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이앙기 모내기를 마친 논 귀퉁이나 논물에 뜬 모를 떼우는 작업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

'소서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 심는다'는 속담이 어떻게 나오고, 담고 있는 뜻을 알아야 하니, 타임머신을 타고 먼 그 옛날로 가 보겠습니다.

다랑이논 등 천수답이 많던 시절, 모내기 철엔 가뭄이 찾아와 모내기를 제 때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한반도에는 절기상 하지(夏至)나 망종(芒種) 이후 가뭄이 자주 옵니다. 물론 장마도 잦습니다.

소류지(저수지) 바닥이 드러나고 천수답 논바닥은 거북 등처럼 쩍쩍 벌어져 논흙에선 먼지만 날려 모내기는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하늘에서 비만 내려주길 바라지요. 기우제(祈雨祭)란 용어가 이 때문에 나온 것이지요.

이런 이유 등으로 장마가 돼 비가 내려야 모를 심을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댐과 소류지 등이 많아져 평소 물을 가둬 두고서 필요할 때 농수로를 통해 논에 물을 댑니다. 객세지감이지요.

그런데 최근 이 속담과 관련해 반전이 생깁니다.

주인공은 가루쌀 재배입니다.

소서 절기인 지금 늦은 모내기를 하는 곳이 더러 있는데 가루쌀 모를 심는 겁니다. 일반 모내기처럼 심습니다.

가루쌀은 정부에서 남아 도는 쌀의 재배 면적을 줄이기 위해 재배를 독려하는 곡물입니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맵쌀과 밀의 중간 성질의 품종인데 물에 불리지 않고 빻아서 가루로 만드는 '건식제분'이 가능해 일반 쌀보다 가공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듭니다.

정부는 가루쌀을 재배하면 재배 비용을 지원해줍니다.

참고로 '소서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 심는다'와 연관한 속담도 소개해보겠습니다.

'하지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가 다르다'는 모내기는 하지(夏至) 절기 전에 해야 초여름 햇볕에 모가 잘 자란다는 뜻입니다. 하지는 소서 바로 앞 절기로 보름 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