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오늘, 5일은 망종(芒種) 절기입니다. 24절기 중 9번째 절기이지요. 배 곯고, 없이 살던 시절엔 보릿고개를 넘길 마지막 때였습니다. 망종은 소만(小滿)과 하지(夏至) 사이 6월 5~7일에 들며 음력으론 4월 말이나 5월 초에 해당합니다.
망종 절기 속담 중에 '보리는 망종(芒種) 전에 베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지역에선 약간 변형돼 '보리는 망종 3일 전에 베야 한다'라고 합니다.
누렇게 익은 보리가 바람에 물결처럼 흔들리고 있다. 정창현 기자
망종(芒種)은 까끄라기 망(芒), 씨앗 종(種)입니다. 까끄라기(벼·보리 등의 낟알 껍질에 붙은 깔끄러운 수염) 곡식의 씨앗을 뿌리거나 심어야 할 때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늦어도 망종 때까지는 논밭의 보리를 모두 베고 논엔 모내기를 해야 하고, 밭엔 작물을 심어야 합니다.
하지만 '보리는 망종(芒種) 전에 베라'란 속담엔 모내기 외에 다른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식인 쌀의 가을 풍년을 기약하려면 제때 모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리를 너무 늦게 수확하면 모 심는 때도 늦어져 생장에 지장을 받습니다.
두 번째론 보리는 절기상 망종을 지나면 더 이상 익지 않습니다. 굳이 보리를 논과 밭에 세워둘 이유가 없습니다. 늦으면 소출이 떨어집니다.
세 번째는 망종 절기엔 바람도 세게 불고, 비가 자주 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거의 다 익은 보리가 바람에 쓰러지고, 알곡에 습기가 차 수확량이 줄고, 품질도 나빠집니다.
네 번째로는 이 시기가 보리베기와 모내기가 겹치거나 이어져 농가에서는 무척 바쁩니다. 서둘라는 경종 차원의 속담인 셈이지요.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라 망종 속담도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풀이하면 망종 때 '햇보리를 베서 먹고, 모를 심는다'는 뜻인데 여기에서도 수확과 파종이 겹쳐 바쁨의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망종을 보리 수확 시기의 기준으로 삼은 풍습도 있습니다.
'망종보기'란 게 있는데, 망종이 일찍 들고 늦게 듦에 따라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칩니다.
이른바, 음력 4월에 망종이 들면 보리를 빨리 거둬들여 소출이 늘지만 5월로 늦어지면 망종 이전에 보리를 수확하지 못해 소출이 줄어듭니다.
경남의 섬 지역에서도 망종이 음력 4월 중순에 들어야 보리 농사에 좋다는 비슷한 말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