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에 미국 훈련 문화인 ‘자율 야구’를 도입하고,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이광환(77) 전 감독이 2일 오후 지병으로 별세했다.

이 전 감독은 지병인 폐섬유증으로 제주에서 요양 중이었지만 지난 6월 중순 폐렴 증세가 악화돼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 왔다.

2일 별세한 이광환 LG 전 감독. LG트윈스

고인은 중앙고, 고려대를 졸업한 뒤 실업팀인 한일은행과 육군 경리단에서 선수로 뛰다가 모교인 중앙고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코치를 거쳐 1989년 OB를 시작으로 LG트윈스, 한화 이글스, 우리 히어로즈 감독을 지냈다.

그는 1980년대 말 일본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으며 선진 야구를 접한 뒤 수직적 위계 질서가 강했던 국내 프로야구에 미국식 자율 야구를 도입했다.

선발투수-중간계투-마무리로 구분되는 투수 분업화를 적극 활용하는 등 프로야구 팀 운영 방식을 발전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LG 감독 때는 ‘신바람 야구’를 이끌며 1994년 정규 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했다.

고인은 2008년 프로 무대를 떠난 뒤 2010년부터 10년간 재능 기부로 서울대 야구부를 지휘했다.

불규칙 바운드로 부상을 당하면 안 된다며 매일 연습장에 1~2시간 일찍 나와 그라운드 돌을 골라냈다.

선수들에게 야구 기술보다 협동과 희생 정신 등을 강조했고, 2019년 서울대 사회봉사상을 받았다.

1995년엔 사비로 제주에 야구 박물관도 건립했다.

고인은 폐섬유증을 앓아 2020년 서울대 감독직을 내려놓고 제주로 가 요양 생활을 했다. 제주 생활 중에도 초등학교 교통 안전 지킴이를 하고 티볼 강습을 하는 등 지역사회 봉사 활동을 꾸준히 했다.

KBO 원로자문 역할을 해오면서 지난 3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의 시즌 개막전 시구 때만 해도 건강한 모습이었다.

유족으로 아내 윤명자 씨, 아들 이현석 씨, 손주 이지윤 양, 이승원 군 등이 있다. 빈소는 제주 부민장례식장. 발인은 4일 오전 9시. (064)742-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