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부모가 새벽 청소 일로 집을 비운 사이에 발생한 화재로 자매가 숨진 가운데, 딸의 부모가 치려를 받다가 끝에 숨진 둘째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
화재는 지난 24일 오전 4시 15분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침실에서 자던 언니(10)는 현장에서 숨졌고, 동생(7)은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5일 끝내 숨졌다.
당시 부모는 생계를 위해 새벽 청소 일을 하러 집을 비운 상태였다.
24일 오전 4시 15분 발생한 불로 어린 자매가 숨진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아파트 내부 모습. 부산소방재난본부
자매는 26일 별도의 빈소를 마련하지 않고 경남 김해낙원추모공원에서 화장돼 봉안됐다. 부모는 동생의 장기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기증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매의 부모가 둘째 아이가 치료 도중 잠시 호흡 리듬이 돌아와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았다”며 “그럼에도 운명이 다하면 장기를 기증해 다른 생명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었다”고 전했다.
자매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친구를 보내는 슬픔이 가득했다.
학교에서 전날 복도에 마련한 추모 공간에는 꽃다발과 과자가 가득 놓인 채 하늘나라로 간 친구를 그리는, 꾹꾹 눌러 쓴 글들이 빽빽이 붙어 있었다.
한 친구는 "착하고 밝아서 좋아했는데 천국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학교에는 자매를 추모하려는 시민 연락이 잇따르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에 분향소가 마련된 줄 알고 도움을 주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온다"며 "당초 사흘가량으로 예정했던 추모공간 운영 기간을 좀 더 연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은 합동감식 결과 거실 콘센트 주변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