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경남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가 진행 중인 9일 진주시의 경기장에서 열린 장애인 경기 '보치아'와 '쇼다운'을 취재했습니다. 비장애인의 눈에는 이색적인 경기였는데 경기 룰을 알고서 보니 꽤 재미있는 경기였습니다.

경남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는 지난 8일 시작돼 이날 끝났습니다. 이날 비가 내리는 가운데 가족 등 선수와 관련 관계자들이 경기장에 나와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하는 모습이 시쳇말로 '짠'했습니다. 청각 장애 등 장애 선수들의 경기여서 큰 소리의 응원은 하지 않습니다.

먼저 '보치아' 경기가 열렸던 진주시장애인문화체육센터를 찾았습니다. 이 센터는 진주시 상대동(모덕로) 모덕체육공원에 있습니다.

진주시 모덕로(상대동)에 위치한 진주시장애인문화체육센터 전경. 이날 '수영'과 '보치아' 경기가 열렸다. 지하 1층, 지상 2층인 이곳에는 체육관과 수영장, 헬스장, 장애인 재활운동실 등이 있다.

'보치아' 경기는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장애인 특수 경기입니다. 따라서 휄체어를 탄 선수만 출전합니다.

농구·배구 경기장과 비슷한 경기장은 12.5×6m 크기입니다. 던진 공은 투구 구역 앞에 그어져 있는 'V자' 모양의 선을 넘어가야 유효로 인정됩니다. 또 코트 중앙에 십자 표시가 있는데, 공이 코트 경계선에 닿았거나 넘어갔을 때, 동점 승부 때 표적공을 놓는 위치입니다.

공은 피혁 재질이며 무게는 약 275g, 둘레는 270mm으로 테니스공보다 약간 큽니다.

'보치아'는 국제 뇌성마비 스포츠레크레이션 협회에서 볼링과 비슷한 스포츠라며 소개했고, 1984년 미국 뉴욕 하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습니다.

엔드(회)의 수와 투구 횟수는 선수 규모에 따라 다릅니다. 1명이 하는 개인전의 경우 4엔드 6투구를 합니다. 단체전의 경우 2명이면 4엔드에 팀당 6투구(1명 당 3투구), 3명이면 6엔드에 팀당 6투구(1명 당 2투구)를 합니다.

이날 경기는 개인전으로 4엔드로 치러졌습니다.

공은 손과 발로 던질 수 있고 자세 제한은 없습니다. 다만 시간 제한은 있습니다. 손발을 쓰지 못하는 선수는 램프(경사로)와 같은 보조장치를 활용하고 마우스 스틱 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상대 선수의 공을 밀어내거나 막는 등의 전략을 구사, 빙상의 컬링 경기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뇌성마비 장애를 감안해 힘보다 정교함을 요합니다. 표적공에 최대한 가까이 공을 던지기 위해선 집중력과 정밀함이 요구되는 것이지요.

경기를 시작하면 먼저 '흰색 표적공(jack)'을 반원 가운데 놓거나, 먼저 공을 던지는 선수가 흰색 공을 던져 좌표를 정해 놓습니다.

이날 경기에선 심판이 표적공 가운데 흰색 공을 갖다 놓더군요. 심판은 "경기 때마다 규칙 적용은 조금씩 다르다"고 했습니다.

경기에 출전한 두 선수는 각각 빨간색 공과 파란색 공 6개씩을 갖고 흰색 표적공을 향해 6번을 던집니다. 공 6개를 모두 던진 뒤 흰색 표적공에 가장 가깝게 떨어진 공의 선수(팀)에게 1점을 줍니다.

개인전의 경우 4엔드(라운드)를 모두 마친 뒤 합계해 많은 점수를 얻은 선수(팀)가 승리합니다.

'보치아' 경기장 모습. 'BC4' 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휄체어에 앉아 공을 던지고 있다. 경기 등급은 BC1~BC4'로 구분되고, BC4는 근력에 현저한 장애를 입거나 왜소증, 팔에 기형이 있는 장애인 선수들이 참가한다.

'보치아' 경기는 비장애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입니다. 물론 기자도 이날 처음 구경하는 종목이었고요.

지난해 프랑스 파리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한국이 금 1개, 은 3개, 동 1개를 딴 효자 종목 중의 하나입니다. 포르투갈과 함께 보치아 경기 최강국이라고 합니다.

경기 규칙을 살펴보면 경기에 나선 두 선수(또는 팀)는 먼저 빨간색 공과 파란색 공을 6개씩을 받아 던집니다.

기본적으로 빨간색 공을 받은 선수가 흰색 공이 놓여진 표적공을 향해 투척하고 이어 파란색 공을 받은 선수가 이어 공을 던집니다.

'BC4' 4강전에서 김문조 선수가 오른손에 빨간공을 집어들고 던지려 하고 있다. 김문조 선수는 손을 5~6번 흔들면서 힘과 거리를 조절했다.

김문조 선수가 던진 빨간 공이 표적공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BC4' 4강전에서 이웅걸 선수가 하얀색의 공이 자리한 곳을 향해 파란색 공을 던지고 있다. 오른쪽에선 손발을 쓰지 못하는 선수가 램프(경사로) 보조장치를 활용해 마우스 스틱을 이용히고 있다. 높이와 경사도 등을 조절할 수 있다.

반원으로 그려진 표적공에 먼저 놓인 하얀색 공과 이웅걸 선수가 던진 파란색 공이 바로 옆에 있다.

경기는 두 선수가 먼저 공 하나씩을 던집니다.

투척한 공 중 흰색 표적공과의 거리가 더 멀리 떨어진 공의 선수가 먼저 공을 던집니다.

이 선수의 공이 상대 선수의 공보다 흰색 표적공에 가까이로 가면, 처음에 흰색 표적공 가까이에 붙였던 상대 선수가 다시 공을 던집니다. 즉, 흰색 표적공에 가까이 붙인 선수를 공격하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입니다.

이날 경기에서 한 선수가 던진 첫 공이 흰색 표적공 멀리 굴러가자 옆 응원객들의 입에서 "아!~" 하는 탄성이 일제히 터졌습니다.

6개 공의 점수를 합산하는 게 아니라 6개 공 중 흰색 공에 가까운 공을 던진 선수가 승자가 됩니다. 이날 4강전에선 이웅걸 선수가 승리했습니다.

참고로 흰색 공은 다른 공보다 무거워 선수가 던진 공과 부딪혀도 거의 이동을 하지 않더군요.

이어 '쇼다운' 경기가 진행 중인 초전동 진주실내체육관으로 이동해 여자 결승전 경기를 취재했습니다.

2명이 하는 '쇼다운' 경기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스포츠로 당구와 탁구를 합친 것으로 보였습니다.

경기 테이블은 골 포켓과 센터보드 스크린, 사이드 벽을 만들어 놓은 특수 테이블입니다.

당구대처럼 공이 나가지 않게 가장자리를 높여 놓았고, 탁구와 같이 네트(센터보드 스크린)가 쳐져 있습니다.

움직이면 공 안에서 소리가 나는 노란색 공을 배트로 쳐서 테이블 벽면에 부딪치게 한 다음, 테이블 중앙에 설치된 센터보드 스크린 밑을 통과시켜 상대 선수의 골 포켓에 공을 넣는 경기입니다.

공이 상대 선수의 골 포켓에 들어가면 2점을 줍니다.

'쇼다운' 경기는 비장애인도 고글(불투명한 눈 보호대)을 착용하고 시각장애인처럼 즐길 수 있습니다.

소리로 공의 위치를 파악하기에 실내 공간이 조용해야 합니다.

기자가 본 '쇼다운' 여자 결승전은 황은진 선수(창원)와 이동엽 선수(창원)가 출전해 진행됐습니다. 황은진 선수가 우승을 했습니다.

두 명의 시각장애 선수가 쇼다운 경기를 하는 모습. 고글을 한 한 선수가 배트로 소리가 나는 공을 치고 있다

한 선수가 친 노란색 공을 상대 선수가 다시 쳐 공이 되돌아오고 있다.

쇼다운 경기 테이블 길이(세로)는 364~366cm이며 내부 너비(가로)는 121~122cm입니다. 바닥에서의 높이는 78cm이고 사이드벽의 높이는 14cm입니다.

모서리의 내부 반지름은 23cm, 반원 형태의 골 주머니 지름은 30cm입니다.

시각장애 선수가 공을 친 두께가 납짝한 배트와 노란 공의 모습. 가운데엔 선터보드 스크린이 설치돼 공이 뜨는 것을 막는다. 선수 앞의 검은색 공간은 골 포켓이다.

선수들은 경기를 할 때 팔꿈치보다 길지 않은 반팔 셔츠를 착용해야 하며 글러브는 손목에서 6cm 이상 팔을 덮지 않아야 합니다.

배트는 딱딱하고 매끄러운 소재이며, 한쪽 또는 양쪽 면은 최대 2mm까지 부드러운 소재로 덮을 수 있습니다.

선수 대기실에서 시상식을 하고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른쪽 첫 번째 선수가 황은진 선수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이상 정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