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장의 이탈표, 이유를 찾아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전날 본회의에서 진행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재투표에서 반대 당론을 벗어난 이탈표가 4표 나온 것과 관련해 3표는 '표기 실수'라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의원총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TV
추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러분이 기왕 파악하고 있는 한 분은 확인이 됐고, 나머지 하나는 한자 부(否)자의 표시 오기가 있었다. 또 한 분은 '명시적으로' 착오가 있어서 실수표 표기했다는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머지 한 표도 제가 추론하는 일단의 분들이 좀 계신다. 그 분 역시 실수라고 저희가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은 전날 재표결에서 재석 299명 가운데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로 최종 부결(否決)됐다.
하지만 반대 표가 국민의힘 의석 수(108석)보다 4표 적었다.
추 원내대표가 언급한 '기왕 파악하고 있는 한 분'은 안철수 의원으로 여겨진다. 안 의원은 특별법 통과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언을 했고, 지난달 특검법 본회의 표결에서도 홀로 찬성표를 던졌다.
흥미로운 것은 한자 부(否)자의 오기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후 재표결의 경우엔 종이에 손으로 찬반 의사를 적는다.
찬성하면 한글 '가' 또는 한자 '可', 반대하면 한글로 '부' 또는 한자로 '否'를 써야 한다.
그런데 한 명의 의원이 한자로 ‘否(아닐 부)’를 '不(아니 부)'로 써서 무효표가 됐다는 설명이다.
否는 이 한 단어에 '부인함'의 뜻을 지니고 있고, 不은 '다음 말 앞에 붙어' 부정하는 뜻을 지녔다.
말하자면 의원이란 거드름에 한글로 '부'로 적으면 될 걸 굳이 '개폼'까지 잡으면서 '不'로 적었다는 말이다.
투표소 벽에 투표방법을 친절히 써놓았다.
2014년 9월 국회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는데 '不'자가 무더기로 나왔고, 2013년 9월 통과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때는 이 같은 무효표가 6표 나왔다.
두 건은 무더기로 의도적인 실수인 척 한 측면이 있지만 최근에서도 한 두 명의 의원이 심심찮게 이런 실수를 범해 헛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물론 한자 세대가 아닌 젊은 의원들이 이런 실수를 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도 있다.
'명시적인 착오'의 경우 한 초선 의원이 특검법 '재의의 건'이라는 투표명을 보고 재의에 찬성한다는 뜻에서 찬성에 잘못 투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원내대표의 말은 결과적으로 안 의원을 제외하고 다른 이탈표는 모두 실수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김재섭(37·서울도봉갑)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가부를 잘못 표기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 가부를 판단 못하면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문제는 왜 국회가 과거 관례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형식주의'에 빠져 있냐는 것이다.
국민들이 하는 일반 투표처럼 도장을 준비해 놓고 찬성·반대 표시 공간에 도장을 찍으면 된다. 이를 바꾸지 않는 것을 제헌국회 때부터 내려오는 수기 방식이어서란다. 참 웃기는 짜장면 같은 허식이고 주장이다.
이들은 10여년 전 자신들이 가슴에 달고 다니는 배지 속의 한문 '國'을 한글 '국회'로 바꾼 사람들이다. 꽤 옹졸한 권위주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