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는 18일 지수면 승산리에서 허선구 고가(古家) 보수공사 준공식을 가졌다.
지역 인사와 문화유산 관계자, 지역 주민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허선구 고가 보수는 지난 2022년 4월 시작돼 올 8월까지 14억 7700만 원을 들여 마쳤다. 안채와 중문채, 문간채, 곳간채 등 주요 부속 건물을 전면 해체한 뒤 보수하고 화장실을 증축했다.
대문에서 바라본 허선구 선생 고가의 보수 후 모습
허선구 선생의 고가는 1914년 아버지 허만식 선생이 지은 근대 한옥이다. 안채와 사랑채, 문간채가 일직선으로 배치돼 남부 지역 부농가옥의 특징을 잘 보존하고 있다.
안채와 사랑채는 3량 구조 등 원형이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어 근대 한옥 연구 자료로서의 가치가 크다. 지난 2016년 1월 경남도 문화재자료 제613호로 지정됐다.
이 한옥을 지은 허만식 선생이 1891년 초시(과거시험 1차 시험)에 급제했다고 해서 '초시댁', '허생원댁'으로 불렸다.
허선구(1895~1936년) 선생은 허만식 선생의 아들이지만 락희화학공업사(현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선대회장의 손위 처남이다. 재종숙인 허만정(1897~1952년) 선생과 함께 진주의 여성 교육 효시인 일신고등여학교(현 진주여고)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승산마을은 김해 허 씨와 능성 구 씨가 함께 터를 잡은 600년 세월의 집성촌으로, 인근에는 LG 창업주 ‘구인회 생가’와 독립운동, 교육 사업에 기여한 ‘허만정의 고택’ 등이 있어 지역 근대사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곳이다.
구인회(1907~1969년)-허만정(1897~1952년)은 락희화학공업사를 창립하며 사업을 같이해 지금의 LG그룹을 잉태했다. 현재 두 가문은 구 씨의 LG그룹과 허 씨의 GS그룹으로 나눠져 있다. 그룹 분리 과정에서 뒷말 하나 나오지 않아 '아름다운 이별'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허선구 선생 고가 보수공사 준공식 모습. 진주시
허선구 선생 고가 보수공사 준공식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진주시
시는 앞으로 ‘꿈과 숨결을 잇는 허선구 고가’ 활용 사업을 통해 ▲초시댁 시간여행 ▲전통문화 체험 ▲지역 역사 해설 등 프로그램을 운영해 방문객을 끌어모을 계획이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전통건축물 보존은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며 “허선구 고가가 시민과 방문객이 찾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잘 관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