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도심을 달리며 부산의 명물로 자리 잡았던 ‘산타 버스’가 안전 우려 민원으로 운행을 중단했다.

13일 부산시 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산타 버스 운행 업체는 최근 산타 버스 4개 노선(187번·508번·3번·109번)과 인형 버스(41번) 내의 시설물을 모두 철거했다.

산타 버스는 지난 2006년 퇴직한 김이순 기사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매년 12월이면 버스 내부를 크리스마스 트리로 꾸미고 산타 옷을 입고 운전석에 앉아 어린이 승객들에게 팔찌, 머리띠 등 선물을 주며 훈훈한 성탄절을 만들다.

승객들의 호응으로 노선과 참여 버스가 늘면서 부산의 명물으로 떠올랐다. 경기 김포, 전북 전주, 충남 천안 등 다른 지역에서도 산타 버스를 원용했다.

부산 산타 버스. 인스타그램

민원으로 내부 장식물을 철거하고 있는 모습. 인스타그램

SNS 등에는 산타 버스를 타고 간다는 인증 글도 잇따랐다.

현행 규정상 버스 내부의 과도한 장식이 제한되지만 그동안 버스 회사와 부산시는 취지에 공감해 운행을 지원해 왔다.

내부 장식 철거는 “산타 버스 내부 장식품이 화재 위험이 높다”는 민원에 때문으로 알려졌다.

민원은 일부 장식물이 솜, 비닐 같은 가연성 소재로 만들어져 화재 시 취약하다는 내용이었다.

부산 산타 버스를 운행했던 주형민 기사 SNS

지난 9년간 산타 버스를 운영해 온 187번 버스 기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중단 소식을 공유했다.

그는 “시에서 민원 신고로 내·외부 장식을 전부 철거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며 “회사에서도 어떻게든 할 수 있게끔 해 보려 노력했지만, 안전상의 민원이라 힘을 쓸 수가 없다더라”고 전했다.

이어 “인기가 없을 땐 민원이 없었는데 좋아하는 이이 많아지고 유명해지니까 그만큼 싫어하는 이들도 많아졌다”며 “그동안 저와 저의 산타 버스를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 대단히 감사드린다”고 고마워 했다.

또 “퇴직 후 개인 버스를 사서 산타 버스를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탑승하게 해 주고 선물도 주는 게 바람이고 목표”라고 했다.

산타 버스 운영 중단 소식에 네티즌들은 대체로 아쉬워 했다.

네티즌들은 “이맘때 산타 버스 사진 보며 대리 만족했는데 아쉽다”, “올해는 동네를 돌길래 탈 날을 기대했는데 세상이 각박하다”고 했다.

하지만 안전 앞엔 욕구를 참을 수도 있어야 한다는 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