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에 오류 문항(問項·문제 항목)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충형 포항공대(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철학과 교수는 한 수험생 커뮤니티 게시판에 ‘국어 17번 문제 제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수능 국어 시험에 칸트 관련 문제가 나왔다고 하기에 풀어 보았는데 17번 문항에 답이 없어 보였다”고 주장했다.
2026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 14~17번 지문과 문항
2026학년도 수능시험 국어 영역 17번 문항. 이상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번 수능 국어 영역에서 17번 문제에서의 문항은 교육방송(EBS)과 입시 업계, 수험생들로부터 고난도로 지목됐었다.
이 문항은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에 관한 견해를 담은 지문(地文·주어진 내용의 글)을 읽고 푸는 문제였다.
두뇌에서 일어나는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한다고 상상했을 때, 본래의 자신과 재현된 의식은 동일한 인격이 아니라는 ‘갑’의 주장 등을 보기로 제시하고 이를 이해한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도록 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은 3번으로 ‘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 의하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옳지 않겠군’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갑’의 입장이 옳기 때문에 3번이 정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문엔 ‘칸트 이전까지 인격의 동일성을 설명하는 유력한 견해는 생각하는 나인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시간의 흐름 속에 지속한다는 것이었다’는 문장이 나온다.
이 교수는 의식을 스캔 프로그램으로 재현하면 ‘생각하는 나’는 지속하지만,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 지속하지 않기 때문에 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 입장에서는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을 옳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봤다.
또 이 교수는 “개체 a와 b 그리고 속성 C에 대해 ‘a=b이고 a가 C면, b도 C다’를 통해 풀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할 수 있지만, 잘못된 풀이”라고 했다.
그는 “갑은 ‘생각하는 나’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 영혼에 대해서는 말하고 있지 않아서, ‘생각하는 나’와 영혼의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며 “지문에 등장하는 이 둘의 유일한 연결 고리는 ‘생각하는 나인 영혼’이라는 표현인데, 이는 지문과 보기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논증을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비슷한 방식으로 풀이한 EBS의 정답 해설에 대해서도 “갑은 ‘생각하는 나’에 대해 말하고 있지, 영혼에 대해서는 말하고 있지 않아 해설로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한 언론 매체에 “전공자이지만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20분 걸렸다. 이런 단편적인 퍼즐 풀이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문제를 풀라고 요구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에 부합하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어 17번 문항에 인용된 ‘인격 동일성’ 개념과 연관이 있는 ‘수적 동일성’ 개념을 통해 쓴 수정란과 초기 배아 지위에 관한 논문을 쓴 바 있다. 이 논문은 철학자 연감이 선정한 ‘2022년 최고의 철학 논문 10편’에 선정됐다.
한편 이번 수능 이의 신청은 지난 17일까지 받았다.
이 교수가 이의를 제기한 해당 문항에 대한 이의 신청은 10여 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원은 25일 최종 정답을 확정해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