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각급 법원장과 기관장들이 5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 각종 ‘사법부 압박’ 법안에 "향후 법안의 헌법 위반성으로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법원장급 43명은 이날 오후 2~8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법 왜곡죄 신설 법안은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내부. 대법

이날 회의의 안건은 최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신설 법안 2가지였다. 법원행정처 폐지에 대한 의견은 입장문에서 빠졌다.

참석자들은 앞서 각급 법원과 기관에서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주로 이 법안들의 위헌 소지로 인해 재판이 지연되거나 무위가 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왔다.

이들은 "비상 계엄 관련 선고가 예정된 상황이므로 국민들께서는 사법부를 믿고 최종적인 재판 결과를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회의에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사법 제도는 한번 바뀌면 그 영향이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오랜 세월 지속된다"며 "그릇된 방향으로 개편되면 그 결과는 우리 국민에게 직접적이며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 제도 개편은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이론과 실무를 갖춘 전문가 판단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 판사회의가 추천한 판사에게 내란 사건 1·2심 재판과 영장 심사를 맡기는 내용이다.

법 왜곡죄 법안(형법 개정안)은 판검사와 경찰이 법을 왜곡 적용하면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당은 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도 내란·외환죄 재판을 중단하지 못하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했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강행하더라도 위헌법률심판 제청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재판이 지연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야당과 법조계에선 "헌재법 개정안은 위헌 논란을 또 다른 위헌으로 막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은 "외부 기관이 특정 사건만 담당하는 재판부를 만드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재판·판결 내용을 이유로 담당 판사를 처벌하는 건 정치적 외압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3일 오찬에서 ‘신중한 사법개혁’을 당부했다.

대통령실도 민주당에 '법무부 장관이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는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