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오전 '차명 주식 거래'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 의원은 5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도 사퇴했다.
전날 인터넷 매체인 더팩트는 이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보좌관 차 모 씨의 계좌로 주식을 거래하는 모습을 포착, 보도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 여론은 급속히 커지고 경찰도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더팩트 보도에 따르면 차 씨의 주식 계좌에 찍힌 보유 주식은 카카오페이 537주, 네이버 150주, LG CNS 420주 등으로 평가 총액이 1억 원이 넘는다.
국민의힘은 총공세를 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에 따르면 보좌관 명의로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치주의의 선도자가 돼야 할 법사위원장이 현행법을 위반한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이 의원을 금융실명법 등 실정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하고,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비대위원장은 이 의원의 탈당을 꼬리 자르기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그는 "이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할 정도의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 의원은 이재명 정권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인공지능(AI) 산업을 담당하는 경제2분과장이었다"고 이해충돌 의혹도 제기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법을 심사하고 정의를 논해야 할 법사위원장이 차명 거래 의혹에 휘말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국회 전체의 권위와 윤리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내부자 거래는 범법행위로까지 엄히 다스려야 하는 중죄"라며 “심지어 당일 오전 거래한 종목이 그날 오후 정부의 AI 국가대표 발표에 선정되기까지 했다. 이 대통령의 '코스피 5000시대'는 1400만 개미 투자자가 아닌 이 의원을 위한 것이었느냐"고 반문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이재명 정부 AI 정책을 직접 좌지우지하는 사람이 AI 종목 주식 차명 거래를 한 것"이라며 혀를 찼다.
오는 22일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예비후보들도 일제히 비난 포문을 열었다.
주진우 의원은 "(이 위원장은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을 맡았고 AI 정책을 담당한다. K-AI 파운데이션 모델 정예팀에 네이버와 LG CNS가 포함돼 있다"며 "호재성 정보를 미리 알고 매입했다는 유력한 정황이다. 이 정도면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 수사도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이날 오전 이 의원을 자본시장법, 금융실명법,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주 의원은 이날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춘석 의원의 이번 거래는 금융실명법 위반, 공직자 재산등록 회피, 공직자 윤리법 위반 등에 해당된다"며 "차명 계좌여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기 쉬운 구조인데, 이춘석 의원은 이번 국정기획위원회에서 AI 담당이었고 AI 관련 기업들의 주식을 먼저 매수했다"고 했다.
그는 "이런 범죄는 반시장적이고 자본주의 시장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행위다. 지금 이춘석 법사위원장이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자진 탈당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건 모든 입법 폭주를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도 "법사위원장은 권력자다. 위장 탈당쇼를 했어도 민주당은 싸고 돌 것"이라며 "특검 법안을 곧 제출하겠다. 물론 민주당 방식대로 특검은 민주당을 배제하고 야당이 정한다"고 했다.
김문수 예비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 사건을 단순한 일탈로 축소하려는 시도는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에 면죄부를 주고 '꼬리 자르기'의 명분을 제공하는 일이다"며 "누가 불법 주식 거래에 연루돼 있으며 그 배후에 어떤 조직적 개입이 있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장동혁 예비후보는 "이 의원을 포함한 국정기획위 모든 의원의 주식거래 내역을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장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이 입법 폭주에 의한 이재명 정부의 붕괴를 막을 마지막 기회다"며 "국회의 오랜 관례대로 그리고 입법권의 남용을 견제할 수 있도록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돌려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식 화면을 열어본 부분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물의를 일으킨 점을 사과드린다"며 "타인 명의로 주식 계좌를 개설해 차명 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의원이 국회 사무총장이던 시절(2021년 1월~2022년 7월) 비서실장을 맡았던 보좌관 차 씨는 더팩트에 "의원은 주식 거래를 하지 않는다. 제가 주식 거래를 하는데 의원에게 주식 거래에 관한 조언을 자주 얻는다"고 변명했다.
이어 "(이 의원이) 본회의장에 들어갈 때 자신의 휴대전화로 알고 헷갈려 (내 것을) 들고 들어갔고, 거기서 제 주식창을 잠시 열어본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에도 차씨 명의로 거래하는 사진이 찍혔다는 점에서 상습범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폄훼했다.
이날 이 의혹이 불거지자 이 의원뿐 아니라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외치던 이 대통령과 여권 전체를 향한 여론은 크게 악화됐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한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정부와 여당에 대한 개미 투자자의 원망이 커지던 상황이어서 민심은 요동치고 있는 모양새다.
이 의원 관련 기사들에는 "코스피 5000 만든다더니 차명 거래로 만든다는 거였냐", "주식하는 사람 세금 뜯어가려고 하면서 정작 자기들은 차명 계좌로 세금도 회피하고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도 하느냐"는 투의 비판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주식 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언급한 말을 비판하는 글도 잇따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전날(5일) 이 위원장과 차씨를 각각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와 방조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 의원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이날 밤 입장문을 통해 "오늘 하루 저로 인한 기사들로 분노하고 불편하게 해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 변명의 여지 없이 제 잘못"이라며 "신임 당 지도부와 당에 더 이상 부담을 드릴 수 없다고 판단해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 사임서도 제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