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에 맞춰 두 달간 20% 넘게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이어가던 증시가 1일 대폭락했다. 이 정도 낙폭은 지난 6월 4일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는 3.88%(-126.03) 내려 3119.41로 마감했고, 코스닥도 4.03%(-32.45) 떨어진 772.79로 거래를 마쳤다.

폭락의 주범은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고, 전날 끝난 한미 관세 합의도 청와대와 정부의 자화자찬과 달리 시장에 긍정 영향을 주지 못했다.

세재 개편과 관련 기획재정부는 전날 ▲주식 양도소득세 내는 대주주 대상 확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보다 높게 책정 ▲증권거래세율 인상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내놓다.

또 같은 날 한미 관세 타결 내용도 쌀과 소고기를 지키려고 다른 것을 미국에 뺏겼다는 분석이다.

관세 25%를 15%를 낮춘 것도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략일뿐 대부분의 국가에 일괄 적용돼 별 의미가 없었다. 미국은 우리나라에도 이를 지렛대로 다른 것을 뺏어가고 관세 수치는 낮춰 주는 단순 전략을 구사했다. 이 와중에 자동차, 철강 등이 관세 폭탄을 맞았다.

즉 쌀,소고기vs반도체,조선? '뼈(반도체, 철광, 조선)를 내주고 살(쌀과 소고기)을 취했다'는 극단 말까지 나오고 있다. 조선 분야도 말이 협력이지 핵심기술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583억 원, 기관 투자자들은 1조 720억 원을 순매도 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주식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를 달린 배경에는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정책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의 주가가 지속 올랐는데 우리 증시는 대통령 계엄과 탄핵 정국에 오르지 못한 기저효과도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고배당 상장사 투자자들의 배당소득에 대해 근로·이자 소득과 분리해 과세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최고 세율을 35%로 잡아 시장에 긍정 시그널을 줬다.

하지만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50억 원 이상 보유’에서 ’10억 원 이상 보유’로 바꿔 양도세 대상을 늘려 악재가 됐다.

이는 매년 연말이면 코스닥 시장에서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한 회피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데 100억 원이 기준이 되면 올 연말에도 매도 현상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증권거래세를 0.05%포인트 올려 0.20%로 조정하고 법인세율도 과표 전 구간에서 일괄 1%포인트씩 인상한 것도 부정 영향을 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된 935개 종목 중 무려 95%인 885개 종목이 하락했다.

업종별는 철강소재(-8.03%), 증권(-6.48%), 의료정밀(-3.68%), 화학(-4.62%) 등 대다수 업종이 내렸다.

매도 폭탄은 키움증권(-6.96%) 등 증권주와 KB금융(-4.42%), 신한지주(-4.26%), 미래에셋증(-6.13%) 등 금융주, HD현대(-10.03%)·한화(-8.52%) 등 지주사들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삼성전자(-3.50%)가 '7만전자'를, SK하이닉스(-5.67%)도 급락해 26만 원선을 내줬다.

장 초반 상승하던 현대차(-1.41%), 기아(-1.47%) 등 자동차주도 하락 전환했고, LG에너지솔루션(-2.48%), 한화에어로스페이스(-5.72%)도 내렸다.

반면 조선주인 한화오션(4.54%)은 올랐다.

코스닥도 7월 14일 이후 14거래일 만에 종가기준 800선을 내줬다. 하락률은 지난 4월 7일(-5.25%) 이후 최대였다.

지수는 전장보다 9.00포인트(-1.12%) 내린 796.24로 출발했으나 하락폭을 키웠다.

외국인은 1107억 원, 기관은 1410억 원을 순매도했고, 이를 개인(2504억 원)이 다 받았다.

시총 상위 종목 중 알테오젠(-7.05%), 에코프로비엠(-3.42%), 에코프로(-3.25%), 펩트론(-4.60%), HLB(-4.06%) 등 대다수 종목이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