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그 말, 사실은요' 난을 운영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아니면 말고식 '거짓말'이 지배하고, '의혹'이란 말로 교묘하게 포장돼 상대에게 린치를 가하고 있습니다. 생업에 바쁜 일반인은 사실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그런가 보다" 합니다. 거짓이 먹히니 편법도 만연해졌습니다. 불법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들의 목소리는 크며, 또한 앙칼집니다. 정치한다는 정치인에겐 정치의 언변이 사라진 지 오래됐습니다. 거짓말은 불만 사회, 허한 사회에선 병의 숙주가 됩니다. 노동단체가 최근 '선동하는 법'을 가르친다고 하더군요. 홍보를 하는 PR과 다릅니다. 비합리적 주장이 지배하는 사회는 병듭니다. 더경남뉴스가 '사실과 배려'가 판을 까는 사회를 만든다는 일념으로 체크에 나섭니다. 지역 구분 없습니다. 편집자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인용 후 7일간 한남동 관저에 머물면서 수돗물을 과다하게 사용했다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통령실이 "사실이 아니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관저 수돗물 사용량은 더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대응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용산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구 서초동 사저로 들어서고 있다. KBS 뉴스 특보 캡처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시 서울아리수본부 자료를 인용, 윤 전 대통령이 서초동 사저로 거처를 옮기기 전 일주일(4월 4~10일)간 한남동 관저 수돗물 사용량이 무려 228.36t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혔습니다. 이 기간 수도요금은 총 74만 6240원이었습니다.
이는 하루 평균 32t을 사용한 양이고, 하루 수도요금은 10만여 원 됩니다.
일부 언론은 이를 인용해 윤 전 대통령 부부가 2인 가구가 하루 평균 사용하는 수도량(0.43t)의 75배를 썼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7일간의 사용량을 하루로 나눠 일반 가정과 비교했지만 이전 대통령 관저와의 비교는 빠뜨렸습니다.
비교는 동등한 곳과 것의 비교가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실적도 전달이나 전분기보다 1년 전 같은 분기와 비교하는 게 원칙입니다. 계절적 요인 등 여건이 비슷합니다. 물론 전 분기와도 비교하지만 객입니다.
혹여 이 기사 내용이 이른바 '자료 받아쓰기' 정도였다면 기자의 무책임입니다. 전 대통령들 관저와의 비교는 기본 상식입니다.
대통령실은 "윤 전 대통령 파면 후 1주일간 한남동 관저 사용 수돗물 32t은 윤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관저 평균 수돗물 사용량(25~32t)과 비슷하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저는 대통령경호처 경호 인력과 시설 관리 인력이 24시간 상주하며 근무하는 공간"이라며 "수돗물은 생활용수일 뿐 아니라 조경수에 물을 주거나 관저 경내, 주변을 청소할 때도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실제 봄을 맞아 대청소격으로 물을 갈고 나무와 꽃밭에 물을 듬뿍 사용했을 수 있습니다.
한남동 관저 상주 인력은 40여 명이고, 근무 인력까지 합하면 10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돗물 과다 사용 보도에 "마치 윤 전 대통령 내외가 물을 흥청망청 썼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려는 것 아닌지 의아하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내외가 거주한 청와대 관저 물 사용량은 하루 40~50t에 이른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실 주장이 맞다면 김 의원의 말은 틀린 것입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다만 남의 허물을 들출 땐 사실 확인을 빠짐없이 정확히 해야 합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은 또다른 주장을 했습니다.
그는 지난 2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남동 관저에 작은 수영장이 하나 있는데, 이 물을 완전히 갈지 않으면 이런 일(하루 평균 32t)이 벌어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물”이라고 했습니다.
윤 의원의 말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탄핵 당한 후 관저에 머문 며칠 동안 수영장 물 교체를 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수영장과 관련해 "관저를 방문하는 외빈을 위해 조경용으로 꾸민 작은 수경공간으로 깊이가 성인 무릎 정도로 얕다"며 "민주당에서 의혹을 제기한 4~10일에는 수경공간 물을 갈지도 않았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실 말이 맞다면, 윤 의원은 수경공간을 수영장으로 바꾼 것입니다.
윤 의원은 물 사용량이 논란이 되자 24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 나와 "청와대 관저와 한남동 관저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대통령실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청와대 관저 수돗물 사용량은 관저뿐 아니라 비서실, 업무동, 영빈관 시설과 조경 관리를 위해 사용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청와대의 대지 면적은 7만 6600여 평이고, 한남동 관저는 4000여 평으로 20배 가까이 차이 난다고 했습니다. 청와대엔 2대의 수도 계량기가 설치돼 있다고 했습니다.
윤 의원은 “서로 결코 비교 대상이 아닌데, 마치 그 둘이 같은 양 장난질을 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말처럼 청와대는 관저를 포함해 전체입니다. 한남동에도 영빈관 등 일부만 빼면 비슷한 시설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윤 의원도 김 의원처럼 청와대 물 사용량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 논란의 출발은 물 사용량입니다.
윤 의원은 행정안전부가 한남동 관저가 '가급' 보안시설이라서 자료를 주지 못 한다고 했다는데, 앞서 김 의원은 서울아리수본부를 통해 수도 사용량 자료를 받았습니다.
청와대 전체에 수도 계량기가 2대 있다니 서울아리수본부에 요청하면 두 곳의 사용량을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조금 가라앉힐 수 있는 것이지요.
특히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 국정상황실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언급하지 않고 대지 면적이 20배라는 사실만 강조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 건의 팩트 체크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김 의원은 두 공간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가정만 비교했고. 윤 의원은 수경공원은 수영장으로 착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두 의원은 청와대(계량기 2대)의 평균 사용량을 적시해 한남동(1대) 사용량과 비교했어야 옳았습니다.
윤 의원은 수영장 주장에 대해서도 정확히 해명해야 합니다. 이는 문제를 먼저 제기한 측의 결자해지 측면입니다.
윤 의원은 "정확한 진실은 팩트 체킹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여의도 문법으로 두루뭉슬하게 넘겼습니다. 이는 비교적 확인이 쉽습니다. 대통령실이 '수영장이다, 아니다'만 확인해주면 됩니다.
윤 의원은 "대통령실의 주장은 유치하고 치졸한 말장난"이라고 공격했는데 이 같은 기본적인 사실을 적극 알아내 대통령실 해명이 말장난이었음을 밝혀야 합니다. 여의도 어법인 '물타기식 말'이 아니어야 합니다.
극단의 정치에 빠진 요즘 정치권엔 아니면 말고식, 밑도 끝도 없는 '거짓물', '현혹물'이 많습니다. '정치 상생'보다 '정치 생채기' 말이 앞장섭니다.
내용과 말투는 너무 예리하게 각을 그립니다. 너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전장의 섬뜩함이 횡행합니다. 이들의 거친 말은 진영의 용어이지 국민을 위한 용어는 아닙니다. 일부 극단의 유튜버 주장과 다를 게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밈은 애석하게도 격식 없는 선동성 달콤한 말에 환호하고 박수칩니다. 순치되고 당연시 합니다. 당연히 건강하지 못한 사회입니다.
특히 '말로서 먹고 사는' 정치인의 말은 일반인의 말보다 더 신중해야 합니다. 말에 예의가 담기고 실려 있어야 하지만 '고구마'니 '사이다'니 하면서 극단으로 치닫습니다.
독일의 나치정권 선전선동가 괴벨스는 "선동은 한 문장이면 족하지만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수백 장의 근거자료가 필요하고, 그 자료가 준비될 때쯤이면 모든 이들은 선동되어 있다"고 했다지요.
우리의 정치권에도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 대선 때 거짓으로 대통령 당락에 결정적 역할을 한 '김대업 사건'처럼 선거 때 한탕 하고 튀는 행태가 때만 되면 등장합니다. 이는 '떴다방 정치'이고, '장돌뱅이 정치인'의 전형입니다.
국민들도 거짓 선동에 '경기(크게 놀람)'를 일으켜야지, '내성'을 쌓아선 안 됩니다. 나라 망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