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는 국가유산청의 공모사업인 ‘2025년도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에 총 3개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선정된 사업은 ▲국가유산 야행 ▲향교·서원 활용 ▲생생 국가유산이다. 이 중 생생 국가유산사업은 지난 2018년 공모에 선정된 후 지속 도전 끝에 재선정됐다.
시는 이번 공모사업 선정으로 국비 3억 2000만 원을 포함한 총 8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시는 이를 통해 진주의 국가유산이 지닌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하고, 지역민과 방문객들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2024 진주문화유산 야행’을 즐기는 시민들 모습
▶‘국가유산 야행’ 4년 연속 선정
4년 연속 선정된 국가유산야행 사업은 매년 발전을 거듭하며 진주의 대표적인 여름철 야간 행사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2024 진주문화유산 야행’에서는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 속에서도 3일 동안 6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2025년은 ‘화력조선, 진주성 총통의 기억’을 새로운 부제로 더욱 풍성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며, ‘2025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진주성’과 연계해 진주의 여름철 대표 야간 행사로 만들 예정이다.
‘2024 진주문화유산 야행’에서 어린이들이 진주성 전투를 본뜬 놀이를 하고 있다.
‘2024 진주문화유산 야행’에서 ‘경상우도 병마절도사’ 역할을 맡은 조규일 진주시장이 중영에서 격문 낭독을 하고 있다.
‘2024 진주문화유산 야행’ 행사 중에 화려하게 불을 밝힌 진주성 공북문 미디어아트. 이상 진주시
▶‘북관대첩 가호서원’ 11년 연속 선정
향교·서원 활용사업은 11년 연속으로 공모에 선정되며 꾸준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북관대첩(北關大捷) 가호서원(佳湖書院)'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유서 깊은 가호서원의 역사적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더불어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을 선보인다.
가호서원은 진주시 이반성면 용암길에 위치하며 임진왜란 때 북관대첩 의병장으로 활약한 충의공 정문부(鄭文孚) 의병장을 모시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 정문부 의병장의 위패가 봉안돼 있고, 가호서원 논어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진주시 이반성면 가호서원 전경. 가호서원
진주시 이반성면 가호서원 입구. 가호서원
정문부 의병장 초상화와 임진왜란 당시의 전투도 등. 가호서원
북관대첩은 백탑교 전투로도 불리며 1592~1593년 함경도에서 의병장 정문부가 경성과 길주 등지에서 일본의 가토 기요마사의 군대와 반란을 일으킨 국경인과 여진족들을 모두 무찌르고 함경도를 탈환한 전투다.
정문부 의병장의 신위가 이곳에 모셔진 것은 그가 임진왜란이 끝난 후 말년에 시화에 연류돼 고문을 받다가 옥중에서 세상을 떠났는데, 가솔에게 "다시는 벼슬을 하지 말고 진주에 터전을 잡고 살라"고 유언했기 때문이다.
진주를 후손들의 삶의 터전으로 택한 것은 정문부 의병장이 창원부사로 있을 때 진주를 자주 찾았는데 빼어난 자연경관과 후덕한 인심에 끌렸기 때문이었다고 전한다. 이에 장남 정대영(鄭大榮), 차남 정대륭(鄭大隆)과 동생 용강공 정문익(鄭文益)은 상복을 입은 채 가족을 데리고 진주로 내려와 지금의 해주정씨 농포공파와 용강공파가 진주를 중심으로 세거(世居·한 고장에 대대로 삶)하게 됐다.
진주시 동부에 있는 이반성면 가호서원 위치도. 네이버 지도
▶‘생생 국가유산 활용사업’ 새로 선정
이번에 새롭게 선정된 생생 국가유산 활용사업은 ‘어명이다! 성문을 열어라’라는 프로그램으로 진주성의 역사 가치를 재조명하고 생동감 넘치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특히 임진왜란 승전의 역사적 현장인 진주성을 배경으로 ▲1604년 김시민 장군의 선무공신 교서(宣武功臣 敎書) 알현의 날 ▲취고수(吹鼓手·군대의 취타수와 세악수)와 함께하는 진주성 순라(巡邏·통금시간 순찰) 등 다양한 스토리텔링으로 퍼포먼스와 체험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선조가 내린 당시 선무공신 교서는 1604년(선조 37년) 10월 임진왜란 때 큰 전공을 세운 장군들에게 준 것으로 김시민을 비롯한 이순신, 권율, 원균 등 모두 18명의 명단이 적혀 있다.
선무(宣撫)란 민심을 안정시킨다는 뜻으로, 달리 조선시대에 큰 재해나 난리가 났을 때 왕명을 받들어 재난 지방의 민심을 안정시키는 일을 맡아보던 임시 벼슬 명칭이다.
김시민 장군의 선무공신 교서는 선조가 임진왜란 3대 대첩 가운데 하나인 진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진주목사 김시민 장군(1554~1592년)에게 내린 교서다. 규격은 세로, 가로 38.4x287.0cm(본문 37.2 x 222.5cm)이다.
이 공신 교서에는 김시민 장군의 공적과 포상 내역이 자세히 언급돼 있다. 현존하는 선무공신 교서 가운데 보존상태가 가장 좋아 임진왜란사 연구와 고문서 연구의 중요 자료가 된다.
1604년 선조가 내린 선무공신 교서. 임진왜란 3대 대첩 가운데 하나인 진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진주목사 김시민 장군에게 내린 선무공신 교서다.
김시민 장군 선무공신 교서. 이상 국립진주박물관
취고수(吹鼓手)와 함께하는 진주성 순라(巡邏)는 조선시대 치안 유지를 위해 통금시간 순찰을 도는 의식이다. 수문장 교대의식과도 연관된다.
전통 군사 복장을 한 수문장 2명, 취타대 10명, 기수 6명, 군졸 4명 총 22명이 참가한다.
이들은 대북 소리에 맞춰 절도 있는 동작으로 공북문 개폐 의식을 가진 뒤 수위군과 교대군이 만나 임무를 바꾸고 성 외곽을 순찰한다. 교대의식은 취타대의 연주에 맞춰 교대군이 공북문에서 진주성 내 영남포정사까지 행진하는 '순라의식', 병영 내 군사들이 배치되는 '예필의식'이 있다.
진주성은 임진왜란 이후 경남 지역 군사·행정의 중심지이자 병마절도사와 관찰사가 상주했던 곳이며 조선 후기 취타대가 존재한 지방 군영 중 한 곳이으로 수문장 교대의식이 큰 의미가 있다.
조선시대에 통금시간과 관련해 '인정(人定)'과 '파루(罷漏)'란 게 있다. 한양(현 서울)의 경우 종각에 있는 종을 쳐서 알린다. 진주 지방의 인정과 파루 의식은 진주성 북쪽문인 공북문(拱北門)에서 대북을 울리고 징을 친다.
인정은 매일 일경삼점(一更三點)에 종을 28번을 쳤고 곧바로 성문을 닫았다. 이에 반해 파루(罷漏)는 오경삼점(五更三點)에 종을 33번 쳤다.
참고로 하룻밤을 5등분한 것을 '경(更)'이라 하고, 경을 다시 5등분한 것을 점(點)이라고 했다. 일경(一更)은 어둠이 찾아드는 오후 7~9시이고, 오경(五更)은 날이 밝아지는 아침 3~5시다.
일점(三點)은 경을 다시 다섯으로 나눈다. 따라서 '일경삼점'은 일경 3시간 중 5번째에서 3번째 시간으로 오후 7시 36분이다. '오경삼점'은 새벽 3시 36분이다.
인정 때 28번, 파루 때 33번의 종을 울리는 것은 불교의 교리와 관계있다. 인정은 우주의 일월성신 28수(宿)에 고하기 위해, 파루는 제석천(帝釋天)이 이끄는 하늘의 33천(天)에 고해 그날 하루의 국태민안을 기원하기 위해 쳤다.
진주성 수문장 교대의식. 진주시
진주시 관계자는 “올해 공모에서 생생 국가유산 활용사업이 신규로 선정돼 내년에는 3개 분야의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됐다”며 “진주의 소중한 국가유산을 일상 속에서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진주시의 국가유산이 지역 발전과 관광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