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9일은 삼복(三伏) 중 말복(末伏)입니다.
말복(末伏)은 한자어로 끝 말(末)과 엎드릴 복(伏)으로 삼복 중 마지막 복날을 의미합니다.
매년 7월에서 8월 사이에 드는데 삼복 기간은 여름철 중에서도 가장 더운 때입니다.
다만 부울경을 포함한 전국에 장맛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남부 해안엔 강한 폭우도 내립니다.
삼복은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을 말합니다. 무더위를 피하고 몸을 잘 관리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몸보신에 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룹입니다.
닭백숙 이미지. '비움반찬 센트럴키친' 홈페이지 캡처
다만 삼복은 24절기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농사철에 맞춘 24절기와 달리 농사와 관련이 없어 잡절(雜節) 또는 속절(俗節)이라고 합니다. 이틀 전(7일)이 입추(立秋)였고, 14일 후인 23일은 처서(處暑)입니다.
초복에는 무더위 초입에 몸 보신을 해 무더위를 잘 지겨내자며 보양을 하고, 말복엔 더위에 지쳐 기력이 빠진 몸을 추스리자며 보양식을 먹습니다. 물론 중복에도 몸 보신을 하지요.
초복, 중복, 말복은 10일 간격으로 이어집니다. 초복에서 말복까지 20일이 걸리는데 이때가 가장 더운 시기입니다.
이처럼 삼복이 20일 만에 들면 매복(每伏)이라고 하고 10일 간격을 넘으면 월복(越伏)이라고 합니다. 대체로 7대 3 정도로 월복인 때가 많다고 합니다. 2015~2022년, 8년간 모두 월복이었습니다. 2023년부터 매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초복은 대략 7월 11일부터 20일 사이에 오고, 소서(小暑)와 대서(大暑)의 중간에 위치해 더위가 본격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몹시 더운 날씨를 '삼복더위'라고 하는 것도 여기에 연유합니다.
잡절인 삼복에는 꼭 지켜야 할 풍습은 없으나 예로부터 전해오는 풍습들은 더러 있습니다.
그 중에 '복달임 음식'이 대표적입니다. 복달임이란 복(伏)이 들어 무척 더운 철을 뜻합니다.
진(秦)나라 덕공(德公) 2년(기원전 676년)에 처음 복날을 만들어 개를 잡아 열독(熱毒)을 다스렸다고 전합니다. 열독이란 무더위로 인한 병이란 뜻입니다.
복(伏)자는 사람인 변(人)에 개 견(犬)자가 합쳐진 것이라며 복날엔 개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이날 조정에서는 신하들에게 보신용 고기를 나눠주고 민간에서도 육류나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었다고 전합니다.
우리나라에선 닭백숙, 삼계탕, 추어탕, 장어 등을 여름 보양식으로 많이 찾습니다. 수년 전만 해도 보양탕이라고 해 개고기를 주로 먹었으나 요즘엔 영양가가 높은 흑염소 고기가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복날 보신(補身) 음식으로 개장국을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또 팥죽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팥죽을 쑤어 먹기도 했습니다.
더위를 피하는, 즉 피서도 당연히 했습니다.
아이들이나 여인(아낙)들은 제철 음식인 참외나 수박을 따서 그늘진 곳에서 먹었고, 어른들은 산간계곡에 들어가 탁족(濯足·발을 씻음)을 하면서 더위를 피했습니다.
반면 이열치열이라고 해안 지방에서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다가 바다에 풍덩 빠져 더위를 물리쳤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해수욕장 바캉스인 셈이지요.
복날과 관계 있는 속신도 있습니다.
복날에 시내나 강에서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고 믿어 복날엔 아무리 더워도 목욕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초복에 목욕을 했다면 중복과 말복에도 목욕을 해야 몸이 여위지 않는다는 속신도 있었답니다.
또 복날에는 벼가 나이를 한 살씩 더 먹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벼는 줄기마다 마디가 셋 있는데 복날마다 하나씩 생기며 이것이 벼의 나이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또 벼는 마디가 셋이 되어야만 비로소 이삭이 팬다고 합니다.
한편 충청도에서는 '복날에 비가 오면 청산(靑山) 보은(報恩)의 큰애기가 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충북 청산과 보은이 대추가 많이 생산되는 지방인데 대추나무 꽃이 복날마다 피어 복날 날씨가 맑아야 대추 열매가 잘 열립니다.
하지만 이날 비가 오면 대추 열매가 열리기 어려워 대추농사는 흉년이 들게 돼 이 지방에서 혼인비용과 생계에 차질이 생기기에 이를 풍자해서 만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