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사상의 주류로 꼽히지만 정작 중등학교 교과 과정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남명 조식 선생의 사상이 교과서에 실릴 전망이다. 남명 관련 단체들이 지난 몇 년간 남명 교과서 수록을 요구해 온 결실이다.

23일 (사)남명사랑에 따르면 올해부터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역사 교과서에서 남명을 배우게 됐다. 교과서에서 실릴 남명 선생 내용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4개 ▲‘윤리와 사상’ 교과서 ▲중학교 역사 교과서 10개 등이다.

특히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에는 남명 선생의 '실천 유학'이 비중 있게 수록돼 강화학파의 시조인 하곡 정제두 선생,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과 함께 다뤄진다.

남명 조식 선생 초상화. 산청군 남명기념관

남명 선생은 16세기 조선시대 대표 유학자 중 한 명이다.

당시 경상 지역의 두 주류 학문은 ▲경북 안동 중심의 경상좌도(임금이 있는 한양에서 내려다 봐 좌측)에서 인덕(仁德)을 중시하는 퇴계 이황 선생의 유학 ▲경남 진주 중심의 경상우도에서 경의(敬義)를 바탕으로 한 남명 조식 선생의 실천적 학문이었다.

특히 남명 선생의 실천적 학문과 사상은 경상우도 사림(士林) 세력의 형성과 전개에 있어 밑바탕이 됐으며, 향후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정인홍 의병장 등 의병 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이러한 남명 선생의 학문과 사상은 그동안 중고교 교과서에서 접하기 어려웠다. 1980년대에 잠시 교과서에 실렸지만 사라졌고 대신 퇴계 선생의 학문과 사상이 주로 다뤄졌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남명 사상 알리기 위한 움직임들이 나왔다.

이 가운데 (사)남명사랑이 2021년 7월 15일 창립돼 남명 선생의 교과서 수록 운동을 핵심 사업으로 채택했다. 남명사랑은 교과서 분석팀과 역사분석팀 등을 만들어 중고교 역사 교과서 수록 활동을 전개했다.

남명사랑은 최근에는 국내 6개 검인정 교과서 출판사 대표와 집필위원장 등을 대상으로 남명 사상의 교과서 수록을 위한 예시문을 포함한 청원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노력 결과 고등학교 한국사 4개(미래N 2개, 리베르스쿨, 한국학력평가원, 천재교육)와 윤리와 사상에 수록됐다. 중학교 교과에서도 역사 교과서 10개(지학사, 미래N 2개, 금성출판, 동아출판 2개, 천재교육, 리베르스쿨 2개, 비상교육) 본문과 사림파 계보 등에 남명 선생 관련 내용이 실렸다.

다만 남명 선생의 내용이 실렸지만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고 실린 교과서도 적다. 교과서에 내용이 담겨도 해당 교과서가 학교의 교과 과정에 채택돼야 한다.

무엇보다 남명 선생이 의병 활동에 미친 영향 등은 이들 교과에서도 거의 찾기 어렵다.

'남명사랑'은 향후 사학자들의 남명 연구와 발표, 저술을 통해 남명의 학문·사상·실천에 관한 인식을 높여 교과서 수록의 확대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또 남명 선생 내용이 수록된 교과서가 경남의 각 학교에서 채택되도록 활동도 넓히기로 했다.

김영기 남명사랑 상임대표는 "이제 첫걸음을 뗐다. 수록의 양적 확대와 함께 '남명학파 의병단의 구국' 등으로 내용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 지속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