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 취소 사건에서 한국 정부가 승소했다. 이로써 한국 정부는 론스타에 배상금과 이자 등 4000억 원을 안 줘도 된다
승소 사실이 알려지자 이 소송 제기를 주도했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론스타 소송 대한민국 승소!”라는 짧막한 글을 올렸다. 한 전 장관은 당시 소송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의 질타성 질의에 10년간 일생을 걸고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8일 오후 긴급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오후 3시 22분에 미국 워싱턴DC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년 전인 2022년 8월 31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YTN
김 총리는 “취소위는 2022년 8월 30일자 중재 판정에서 인정했던 배상금 2억 1650만 달러 원금에 이자 지급 의무를 모두 취소했다”며 “이로써 원 판정에서 인정된 현재 환율 기준 약 4000억 원 규모의 정부의 배상 책임은 모두 소급해 소멸됐다”고 했다.
취소 소송 비용(약 73억 원)도 론스타가 30일 내에 지급해야 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새 정부가 대외 부문에서 거둔 쾌거”라고도 자랑했다. 특히 배석한 정성호 법무장관이 “지난해 12·3 내란 이후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부재한 상황에서 법무부 국제법무국장 등 직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했다”며 소개한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2월 박성재 법무장관이 데려왔다. 정 국장은 직전엔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었다.
앞서 론스타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약 1조 4000억 원에 인수한 뒤 2012년 하나금융에 매각해 약 4조 7000억 원(배당 포함)을 벌었다.
이 과정에서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소유할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감사원은 2006년 외환은행이 인수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부적절하게 매각돼 ‘헐값 매각’이 이뤄졌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46억 7950만달러의 손해를 봤다며 ISDS에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론스타 측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금융 당국이 매각 승인을 고의로 지연시켰고, 매각 대금을 인하하는 등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이 자의적 기준을 적용해 과세했다고도 했다.
이에 중재 판정부는 중재 제기 10년 만인 2022년 8월 론스타 측 청구를 일부 인용해 한국 정부에 손해배상금의 4.6%인 2억1650만 달러(2890억여 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론스타는 이 결정에 배상금이 적다며 불복했고,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도 “끝까지 다퉈볼 만하다”며 판정 취소를 신청했다. 한 전 장관은 당시 "국민의 피 같은 돈을 줄 수 없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취소 신청을 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승소 가능성은 낮고 배상 이자만 불어날 수 있다”며 한 법무 장관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을 지낸 송기호 현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은 “ICSID 취소 절차에서 한국 정부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법적 결론이 판정으로 나올 가능성은 ‘제로(0)’”라며 “한동훈 장관의 설명은 국민을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당시 민주당 의원이던 박용진 전 의원도 “법무부가 ISDS 소송으로 400억 원이 넘는 돈을 로펌에 썼다. 소송 제기는 로펌만 배 불린 행정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ICSID 론스타 취소위원회는 2023년 11월부터 판정 취소 절차를 진행했고, 지난 9월 심리를 종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