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계절별 꽃 순례를 합니다. 전체 꽃 정취보다 꽃 자체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꽃, 야생화로 불리는 들꽃 등을 두루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초여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시절입니다.

밤꽃은 밤나무에서 피는 꽃으로 밤나무꽃이 풀네임입니다.

야산의 밤나무 과수원을 바라다보면 푸른 잎의 녹음을 배경으로 연한 초록색과 살색이 무더기로 보이는데, 이것이 밤꽃이 핀 모습입니다. 멀리서 보면 흰색처럼 보여 "밤꽃이 하얗게 피었네"라고 하지요.

밤꽃은 화려하지 않고 수수한 느낌을 줘 평소 꽃으로 생각하지 않는 꽃입니다. 5월 말에 피기 시작해 6월 중순에 만개합니다. 수분이 충분하고 온도가 알맞아야 잘 핀다고 합니다. 밤꽃도 아카시아꽃 못지 않은 밀원(蜜源·벌이 꿀을 빨아 오는 원천)식물니다.

경남 진주시 진성면 밤 과수원 모습. 우거진 밤나무 숲 속에 밤꽃이 피었다. 밤꽃은 연초록색으로 피고, 이어 하얗게 바꾸고, 살색이 되지만 질 무렵이면 갈색으로 변한 뒤 꽃잎을 떨군다. 6월 중순을 앞두고 하얗던 꽃이 연한 갈색으로 변하는 등으로 꽃의 색깔이 혼재돼 있다.

예전엔 마을 주변 야산에 토종 밤나무가 심어져 있어 가을 수확철에 밤을 주워먹었지만 지금은 개량종을 과수원에서 재배해 상품화 합니다.

꽃은 암꽃과 수꽃으로 나뉩니다. 암꽃은 과실을 맺는 역할을 하며 잎의 겨드랑이에 달립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긴 솔 모양의 꽃은 수꽃인데, 천장의 샹들리에처럼 드리워진 모습입니다. 수꽃은 꽃잎이 뒤로 말리고 수술이 길게 나와 있는 형태입니다.

꽃말은 '희망'입니다. 가녀린 꽃이 가을에 밤이란 토실토실한 열매를 맺는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겠습니다.

만개한 살색 밤꽃 모습.

우거진 밤나무 잎 사이 사이로 하얗게 핀 밤꽃. 하얀 세털구름이 낀 하늘과 밤나무 아래 노란 금계국이 제대로 어울려 초여름 6월 정취가 물씬 난다.

줄기에서 핀 가녀린 밤꽃이 나무를 뒤덮고 있다. 이제 막 피어나 연초록색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강아지 머리에서 난 복슬복슬한 털처럼 탐스럽게 보인다.

사진을 조금 더 확대하니 긴 줄기에서 핀 밤꽃이 방사형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드리운 듯하다. 수수하기만 한 밤꽃도 이처럼 멋진 모습을 연출한다.

기다란 줄기에 핀 연초록색 꽃. 수꽃이다. 긴 실이 늘어뜨려진 모습이다. 주위엔 푸르름을 더하는 밤나무 잎이 우거져 있다.

밤나무 큰 줄기와 작은 줄기에서 나온 또다른 연약한 줄기에 달린 꽃봉오리와 꽃의 모습. 얼핏 보면 늦여름 벼논에서 나오는 벼이삭처럼 보인다.

연초록색, 즉 연두색 밤꽃봉오리 모습. 벼이삭처럼 보이는 것은 꽃이 피지 않았다. 누구는 핀 꽃모양이 먼지털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일부 긴 줄기에 하얀 꽃이 오묘하게 피어 있다. 하얀 촉의 모습이 신비롭다. 이상 정창현 기자

밤꽃은 냄새가 특별해 이 때면 뭇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냄새 때문인데 향긋하기도 하고 비린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남성의 체액인 정액 냄새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또다른 누군가는 풀냄새라고도 합니다. 암꽃은 과실을 맺는 역할을 하지만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향기를 냅니다.

옛날 과부 며느리가 있는 집안에선 밤꽃이 필 무렵엔 밤나무밭 근처엔 얼씬도 못 하게 했다고 합니다. 며느리가 바람이 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지요. '감자꽃 필 시기엔 밤나무 아래 못 가게 하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감자꽃이 필 땐 밤꽃도 핍니다.

밤꽃 냄새의 성분엔 스퍼미딘(spermidine)과 스퍼민(spermine)이 있는데 이것이 정액에도 들어있는 성분입니다.

밤꽃은 밤나무혹벌이나 줄기마름병 등의 병과 해충에 상당히 약합니다. 이런 이유로 여름엔 바짐없이 두세 번 과수원에 방제를 해야 합니다. 병충해 때문에 몇 백년 수령의 밤나무는 거의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밤에 관해 평소 아는 상식과 다른 내용도 있습니다.

가을철 밤나무에서 열리는 밤은 열매가 아닌 씨앗이랍니다. 열매는 '밤의 송이'라고 하네요. 송이의 생김새는 고슴도치와 같아 가시가 사방으로 나 있습니다.

■밤꽃이 피기 전 모습들(5월 30일 촬영)

아래 사진들은 밤꽃이 피기 전의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평소 밤꽃을 눈여겨보지 않기 때문에 밤꽃이 어떻게 피는지 잘 모릅니다. 눈으로 즐길 꽃으로 보지 않고, 열매를 맺기 위한 방편의 꽃으로 인식을 합니다.

아래 사진들과 위의 꽃 핀 사진들을 비교하면 이해하기 더 쉽습니다. 특히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연초록색 줄기가 자라서 나오는 모습

주된 줄기에서 꽃을 피우기 위한 꽃봉오리 줄기가 나온 모습. 이상 정창현 기자